베네수엘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이틀째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 있는 상점, 은행, 식당 등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전날 밤 전기 공급이 잠시 재개됐지만 몇 시간 만에 다시 끊겼다. 정부는 정전 복구를 위해 27일까지 휴업과 휴교령을 내렸다.
이번 정전 사태를 보는 '한나라 두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의견은 엇갈렸다.
정전 첫날인 25일 과이도 국회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마두로 정권이 이 순간을 이용해 허위 정보를 흘리고 국민을 상대로 불안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정전 사태로 23개 주 중 최소 17개 주 및 카라카스의 상당수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웹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NetBlocks)' 자료를 인용해, 베네수엘라 전역 중 57%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주요 전기 공급원인 구리 수력 발전소 주변에 있는 시설에 대한 고의적인 대규모 방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범죄자들이 변압기를 고장 냈으며 현재 수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교활한 테러 공격은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정전은 지난 7일 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지 약 2주 만에 재발해 베네수엘라 국민의 불안과 무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출국 의사를 밝힌 식당 종업원 호니 바르가스는 AP통신에 "사람들이 일할 수 없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베네수엘라에는 더는 기회와 삶이 없다"고 말했다.
카라카스에서 시민들은 상점에 음식이 남아 있는지 찾아보거나 친구나 가족과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 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기도 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