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6홀, 6564야드 … 'US철녀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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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악명 높은 US여자 오픈의 거친 코스가 선수들을 괴롭히는 모습. 미셸 위(中)가 17번 홀 그린 사이드 벙커에 고여 있는 물속에서 공을 손으로 줍고 있다. 미셸 위는 무벌타로 공을 드롭했지만 젖은 벙커에서 공을 쳐내느라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호주의 카리 웹(아래)이 6번 홀의 질긴 러프에서 있는 힘을 다해 공을 꺼내고 있다. 웹은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한희원(위)이 18번 홀의 종아리까지 올라온 깊은 러프에서 샷을 하고 있다. 이 홀에서 보기를 한 한희원은 합계 15오버파로 컷오프됐다. [뉴포트 AFP=연합뉴스]

안니카 소렌스탐, 미셸 위, 박세리를 비롯한 LPGA의 여걸들이 강행군을 하고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US여자오픈 최종일인 2일(현지시간) 선수들이 36홀 경기를 치르고 있다. 비와 안개 때문에 경기가 순연돼 최종일 3, 4라운드를 한꺼번에 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9시쯤 끝날 예정이다.

강철처럼 강한 여성이 우승할 것이다.

여자 선수들이 하루에 36홀 경기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체력뿐만이 아니다. 36홀 내내 강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코스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US여자오픈에서는 한 번만 집중력을 잃고 헛발을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다. 1990년 US여자오픈에서 패티 시한(미국)은 최종일 36홀 경기를 하다 지쳐 경기 막판 11타 차 리드를 잃고 우승을 놓쳤다.

주최 측은 냉정했다. 3, 4라운드를 함께 치르는데도 전장을 1, 2라운드 6100야드에서 3, 4라운드는 6564야드로 늘렸다. 하루에 1만3128야드(1만2003m)를 치르는 셈이다. 날씨가 안 좋아 원래 계획했던 6616야드까지 늘리지는 않았지만 US여자오픈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코스다. 게다가 바닷가에 위치해 바람이 많이 분다.

장정은 "2라운드 파4에서 두 번째 샷을 3번 우드로 친 게 세 번이나 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단 남자처럼 강한 체력을 가진 안니카 소렌스탐이 유리하다. 그래도 소렌스탐은 "마지막 한 샷까지 방심했다가는 거친 코스에 말려들 수 있다"며 조심스럽다.

당돌한 10대 미셸 위는 "36홀이 뭐가 어렵나. 지금은 긴 주말을 앞둔 금요일 같은 기분"이라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셸 위는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과 US(남자)오픈 예선 등 하루에 36홀을 치러낸 경험이 많다. 36홀 경기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라는 듯한 태도다.

8개 홀 씩을 치른 한국시간 3일 0시 현재 안니카 소렌스탐과 미셸 위가 1언더파 공동 선두다. 한국계 선수 5명이 우승 가시권인 10위 내에서 출발했다. 미셸 위와 US여자아마추어 우승자인 재미교포 제인 박, '신데렐라' 안시현이 이븐파로 2타 차 공동 3위, '골프여왕' 박세리(CJ)와 '작은 거인' 장정(기업은행)이 1오버파 공동 6위였다.

미셸 위는 한 타를 줄였고 안시현은 이븐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3라운드 들어 조금씩 처지는 모습이다. 제인 박과 장정이 8번 홀까지 2오버파를 쳤고 박세리는 3오버파를 쳤다. 합계 제인 박이 2오버파 공동 7위, 장정은 3오버파 공동 9위, 박세리는 4오버파 공동 13위다.

성호준 기자

*** 바로잡습니다

7월 3일자 27면 'US 철녀오픈' 기사 중 부제목 '3.4홀 묶어 경기'는 '3.4라운드를 묶어 경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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