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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박양우·문성혁 후보의 얄미운 건보·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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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장관 인사청문회 단골 아이템은 건강보험·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이다. 사회지도층으로서 의무를 다했는지 검증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삼녀가 홍콩의 글로벌 금융사에 다니며 1년 10개월간 2억8000만원을 벌었지만 아버지 건강보험증에 피부양자로 얹혀 무임승차했다. 게다가 국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는 유엔 산하기관이 세운 세계해사대학교(스웨덴 소재) 교수로 재직할 때 연 1억3300만원을 받으면서 월 316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았다. 한 푼도 깎이지 않았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유엔에 근무할 때 배우자의 직장건보증에 피부양자로 등재해 청문회 때 논란이 됐었다.

박 후보자 삼녀와 문 후보자의 소득은 해외에서 발생해 건보법·연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그렇지만 뭔가 찝찝하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보험료를 안 내고, 온전하게 연금을 받는 게 상식에 잘 부합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건보 피부양자 요건을 죄면서 30만명이 탈락해 별도 건보료를 낸다. 박 후보자 삼녀가 국내에서 벌었다면 탈락했을 것이다. 문 후보자도 국내라면 연금이 전액 정지됐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평균 51만원(공무원연금 235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약 5만명이 삭감되는데, 문 후보자는 온전히 받았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 진출은 장려할만한 일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박 후보자 삼녀처럼 해외에 한 달 이상 출국해 건보 자격이 정지된 사람이 107만명이다. 귀국하면 언제든지 자격이 살아난다. 유학생이 피부양자로 등재해 귀국해서 진료받는 것은 문제없다. 해외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문제다. 해외 소득에도 국내법을 적용할 길이 없을까. 과세한다면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낸 세금을 공제하면 된다. 법인은 그리한다. 개인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박 후보자, 문 후보자와 관련해 “현행 법률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만 말할 게 아니다. 관련 법률을 고쳐서라도 가능한 방법을 찾을 때가 됐다. 공직 진출 희망자 본인을 위해서라도 그리하는 게 깔끔하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