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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토부 장관 자질과 도덕성 의심만 키운 최정호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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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시작됐다. 첫 일정으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지만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처 수장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만 키웠다.

최 후보자는 분당에 집이 있는 상태에서 서울 잠실의 집을 사서 사실상 갭투자를 해 왔고, 차관 재직 중 세종시에서 공무원 특별공급분으로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실제 거주하는 분당 집은 빼고서라도 잠실과 세종에서 거둔 시세차익만 15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장관 후보자 지명 후 살고 있던 집을 딸 부부에게 증여하고 월세를 내는 ‘꼼수 증여’ 기법까지 선보였다. 심지어 장관 후보자 지명 후 다주택 소유 시비를 피하기 위해 청와대와 상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송구스럽다”면서도 설득력 있는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 시장 관리와 함께 주거 취약 계층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정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절묘한 아파트 거래로 서민은 꿈도 못 꿀 이익을 낸 후보자의 친서민 각오가 공허하게 들린다. 사유재산권이 인정되는 사회에서 다주택자라고 무조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와 주택 투기 억제책을 펴고 있는 현 정부의 주거 정책 책임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역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말을 바꿨다. 그가 국토부 2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이 문제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정됐지만, “부산·울산·경남 검증단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오랜 진통 끝에 간신히 결정난 문제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는 게 주무 각료의 책임있는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은 비단 최 후보자뿐이 아니다. 거액 투기 의혹을 받는 후보, 북한 편향 및 막말 발언 논란에 휩싸인 후보, 장남 이중국적 논란에 휘말린 후보까지 각종 흠결이 망라돼있다. 위장 전입과 병역 특혜 정도는 대수롭잖게 여겨질 정도다. 지금 청와대는 정권 출범을 전후해 이른바 ‘고위 공직자 인선 원칙’을 제시하며 역대 정부와는 다른 도덕적 기준을 제시했지만, 스스로 원칙을 깨면서 장관 임명을 강행해 왔다. 그 와중에 청문회는 통과의례로 전락해 버렸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도 ‘사전에 알고 지명했다’며 강행할 태세다. 이런 오만한 인사가 국민들에게 심어줄 냉소와 무기력은 어떻게 할 작정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