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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위암·제2형 당뇨병 동시에 잡는 종양대사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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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고대구로병원 비만대사센터 김종한 교수

현대사회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암과 각종 만성 대사성 질환, 그중에서도 당뇨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오랜 시간에 걸쳐서 그 사람의 식습관에 기인하는 질환이다. 이를 획기적으로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단지 식이요법과 최근 계속 발전하고 있는 각종 약물요법을 이용해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비만도가 매우 심한 병적 고도비만 환자에게 복강경으로 위와 장을 우회해 붙임으로써 장에서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거나, 위를 소매 모양으로 가늘게 절제함으로써 식이를 제한해 체중을 줄이는 이른바 ‘베리아트릭’ 수술법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런데 이 수술 이후 고도비만 환자의 제2형 당뇨가 현저히 호전되는 결과를 보여 베리아트릭 수술이 제2형 당뇨를 치료하는 ‘비만대사수술’로 불리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당뇨병학회의 치료법 가이드라인에서 비만도가 높은 제2형 당뇨의 근본적 치료로 비만대사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인정해 수술적 치료를 허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위암 빈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당뇨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위암 환자 또한 늘어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위암 환자의 경우 위 절제술을 받은 이후 당뇨가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한국·중국 등 위암의 빈도가 높은 동북아권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필자 역시 위 절제술 이후 이러한 환자를 추적·관찰하는 과정에서 혈당 수치가 개선돼 인슐린 주사를 끊고 복용 중이던 당뇨병 약의 용량을 줄이는 경험을 했다.

이에 따라 제2형 당뇨를 가진 조기 위암 환자에게 위 절제술 이후 위와 장을 재건함으로써 암의 완치와 더불어 체중 감량 및 제2형 당뇨병의 호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종양대사수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종양 대사수술 이론이 모든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고도비만 환자의 비만 대사수술에서도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 당뇨의 호전 효과가 좋았으나 10년 이상 치료받았고 나이가 너무 많은 경우 또는 인슐린 주사 요법을 시행 중인 경우엔 수술적 치료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종양 대사수술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 아직 뚜렷한 연구결과가 없다.

다만 조기 위암 진단 시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데, 제2형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라면 ‘복강경 위 절제술 및 우회술’을 시행하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좀 더 유익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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