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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천안함 침몰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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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서해 수호의 날'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 천안함 이런 것들 포함,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서해 수호의 날이 왜 생겨난 것인지 설명해 보라"는 요청에 이같이 대답했다. 백 의원이 '도발이냐 충돌이냐'고 거듭 묻자 정 장관은 다시 약 3초간 말을 하지 않다가 "북한의 도발로 인해서 충돌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전직 장성 400명이 정 장관을 질책한다. 왜 안보 울타리 허물기에 앞장서고 계시냐"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예비역들이 상당히 잘못된 지식으로 이념적인 부분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예비역 400명 단체는 지난 1월 출범한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으로 9·19 군사합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후속 대응과 문재인 정부의 국제연합(UN) 대북제재 위반 의혹이 주요 쟁점이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대북제재 위반” vs “위반 아냐”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UN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보고서를 근거로 “개성공단 남북연락 사무소에 우리가 갖다 준 정제유는 UN 제재 위반”이라고 따졌다.

이 총리는 정제유 340만톤이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UN이 위반이라고 판정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는 노트(Note)라고 적혀 있다. 유예 또는 주목이라는 의미지 위반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의원이 다시 “억지 해석하지 말라. UN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보면 북한으로 가는 모든 정유제품은 사전에 대북제재위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반이 맞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다시 “위반판정은 한 건도 없다. 노트일 뿐”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또 지난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함께 탄 벤츠 리무진이 유엔 보고서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벤츠를 탑승한 자체가 제재 위반은 아니다. 북한의 차량 구매가 제재 위반이라면 UN이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文, 北 사기극 보증인” vs “前 정권 허송세월 탓”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맹공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운전대를 잡았다는데, 역주행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완전한 사기극이고, 문 정부가 이 사기극의 보증인”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는 북한 정권의 입맛에만 부합하는 굴종 외교, 종북 외교의 길을 가고 있다”(김영우 한국당 의원),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본다”(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측은 “이제는 북한의 의중을 듣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면 설득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이낙연 총리) ,“북한이 비핵화가 없다고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강경화 장관)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첫 질의자인 박병석 의원은 “70년 적대 관계가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전 정권 9년 동안의 허송 세월은 지금 이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북미회담이 합의는 못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말했고 북측에서도 그런 평가가 매체를 통해서 나오고 있다. 그런 걸 짚어봤을 때 상당히 건설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문재인 정부가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불과 1년여 사이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고 평가했다.

전날 이 총리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여러 후보자를 놓고 장단점을 비교했을 때 이 분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낫다고 한 건 국민 여론 눈높이와 너무 다른 것 같다. 이 정부에 사람이 그렇게 없냐”고 하자, 이 총리는 “실제로 흠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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