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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승리의 기회가 찾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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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강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8보(119~140)=흑이 하변에 뛰어들어 화르르 불을 지펴 놓았는데, 생각보다 진화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단 백은 120으로 한 칸 뻗은 다음 124로 날일자 뛰어 최대한으로 버텨본다. 지금 백은 엷은 자리가 너무 많아서 한 수 놓기가 조심스럽다. 사방이 위태로워서 하변과 좌하귀, 중앙까지 세 곳을 모두 살펴야 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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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변을 밀어간 130은 시간 연장책. 안국현 8단이 초읽기에 몰려 시간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둥지둥 시간에 등이 떠밀려 놓은 132도 최선인지 의문인 수. 그런데, 순순히 늘어준 탕웨이싱 9단의 133이 이상했다. 실전 심리상 분명 두고 싶은 자리는 맞지만, 당장 급한 곳은 아니었다. 지금은 133 대신 '참고도' 흑1로 민 다음 흑3으로 찝어 하변 흑을 제압했어야 했다. 백이 살기 위해 발버둥이치면 이하 수순으로 하변이 순식간에 초토화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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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그는 아마도 좌하귀 공격을 머릿속에 그리다가 하변을 방치한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좌하귀는 공격이 쉽지 않다. 탕웨이싱의 수읽기에 순간적인 착각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이제는 정말로 안국현 8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안국현은 잽싸게 134, 136으로 집을 내서 안전하게 살아뒀다. 반상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다음 행마를 그리며 안국현 8단의 눈빛이 번뜩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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