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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시한도,여야 합의도 안중에 없는 ‘노룰’ 국회…서로가 비판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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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한다는 독자적인 법안을 15일 발의했다. [연합뉴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한다는 독자적인 법안을 15일 발의했다. [연합뉴스]

“1월 임시국회서 합의 처리” “2월엔 반드시…” “법정 시한까진 최선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식언’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뒤 시한을 수차례 지키지 못했다. 그는 “죄송하다”며 다음 시한을 제시하고 다시 약속을 어겼다. 지난 17일 심 의원과 3당 정개특위 간사가 선거제 개편 초안에 합의했지만, 각 당의 추인 절차가 남아 있다.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지난 15일)을 이미 넘겨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합의를 촉구하는 성명도 냈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룰’에 무감각해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합의문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적혀 있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고려한 것이었는데, 당시에도 지켜질 거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상대 탓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여야 5당이 합의문에 남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등의 문구 아래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서명도 있지만, 그의 입장은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10일 국회 의석수를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모두 폐지하는 새로운 선거제 개편안을 냈다. 그는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폐지하는 것을 전 세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다”고 석 달 전 합의문이 무색한 주장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 분권을 위한 내각제 개헌이 아니고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합의문에서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며 ‘선(先) 선거제도 개혁, 후(後) 권력구조 개편’에 동의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제 개혁은 정치불신을 극복하고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해법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당 합의사항과 180도 배치되는 (선거제 개편) 법안을 제출한 나 원내대표야말로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명칭도 낯선 ‘50%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체가 여의도 최대의 수수께끼”라고 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한국당은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는 여야 4당의 논의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 지난 18일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세력 대 반자유민주세력의 균형을 깨고 자유민주세력을 3분의 1로 축소시키는 좌파 장기집권 플랜”이라고 비판했다.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여야 합의가 아닌 패스트트랙으로 강행하는 것은 제1야당을 말살하는 시도”라는 게 한국당의 입장이다.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법안설명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법안설명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선거제 개편에 합의한 4당에도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4당 중 처음으로 선거제 개편 잠정합의안을 추인했지만, 패스트트랙에 5·18 특별법을 올리는 전제가 붙어 있다. 바른미래당에서도 4당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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