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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학의·장자연 사건’ 어떤 외풍과도 무관하게 진실규명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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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고(故) 장자연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클럽 버닝썬 사건에 대해 검찰·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특권층의 비리 의혹을 규명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콕 짚어 지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른바 ‘십상시 문건’사건이 터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철저 수사를 촉구했다가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지적을 야당으로부터 거세게 받지 않았나. 더구나 버닝썬 사건을 제외한 두 사건은 지난해 2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 위원회 출범 당시 조사 대상 16건 중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이 조사 기한 연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이다. 물론 김학의 사건은 디지털 증거 3만건 및 강제수사 누락 등 검·경의 부실 수사 의혹에, 장자연 사건은 리스트를 직접 봤다는 과거 동료의 막판 등장과 증언으로 새 국면을 맞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10여년 전 일들이라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거나 범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은 어려움도 있다.

대통령의 지시는 몇 시간만에 효과를 발휘했다. 실무기구인 대검 진상조사단의 장자연·김학의·용산 참사 사건에 대한 네번째 조사 기한 연장 요구에 난색을 표해오던 검찰 과거사위는 2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김학의 사건은 당시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곽상도 의원의 책임론을, 장자연 사건으로는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부도덕성을 재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던 와중이다.

장자연·김학의 사건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과거사위는 출범 이후 고작 한달에 한번씩 회의를 했다. 또 진상조사단이 세 차례나 조사 기한을 연장하고도 네번째 연장을 요구한 것을 보면 과연 신속한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케 된다. 이번 검찰 과거사위 사건은 이미 검찰이 해 놓은 수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다. 출범 후 2개월간 사전조사를 통해 조사대상과 항목을 정한뒤 본 조사에 착수한 조사단이 정해진 기한(6개월) 내에 끝내지 못할 이유가 별반 없기도 했다. 대통령의 지시로 어쨌든 관계 부처가 대대적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차제에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고, 어떤 외풍에도 구애됨이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명백히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