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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들어간 원룸서 실종…정나리씨 사건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종된 정나리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실종된 정나리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05년 대구에서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20대 여성이 실종됐다. 당시 경찰은 이를 '시신없는 살인사건'으로 보고 남자친구를 유력 용의자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 남성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1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14년 전 원룸에서 실종된 정나리씨의 행방을 쫓았다.

정씨는 2005년 1월 23일, 돌연 실종됐다. 정씨는 그날 친구를 만나 "집에 가기 싫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당일 새벽 친구는 정씨를 배웅했고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정씨는 새벽 4시 주변 이웃들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로 울며 집에 들어갔다. 이어 남자친구 김씨와 다투는 소리도 들렸다.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웃 주민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김씨는 "그때부터 오전 11시까지 잠만 잤다"며 "자고 일어나니 정나리씨는 없었고 짐을 챙겨 본가로 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정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짐을 챙겨서 오후 4시쯤 원룸을 나서 친구들과 팔공산으로 드라이브 갔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친구들은 이날 일에 대해 "그냥 드라이브였다. 김씨가 새벽 6시인가 7시에 답답하다며 드라이브를 가자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진술이 엇갈린 것이다.

경찰은 김씨가 정씨의 시신을 팔공산에 유기했다고 보고 수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실종 후 원룸은 깨끗이 정리돼 있었고 방안과 김씨의 운동화에서 정씨의 혈흔이 소량 발견됐다. 특히 김씨의 운동화에는 혼합된 혈흔이 검출됐다.

김씨는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거짓말 탐지기를 검사를 앞두고 돌연 중국으로 출국했다. 5년이 지난 2010년 3월 귀국해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해 구속됐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정씨와 김씨가 다퉜다는 점 등을 들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유기했다고 보고 김씨를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10년 9월, 1심 재판부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과 간접 증거를 종합해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정씨의 실종 사실을 알고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고 짐을 챙겨 원룸을 나갔던 점, 김씨가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중국으로 출국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체를 처리했다고 하기에는 혈흔이 너무 소량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경찰은 "중국에서 5년 동안 돈을 많이 모은 것 같았다. 변호사에게 자문도 많이 구한 것 같다"며 "당당하게 수사에 임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에게 연락을 취한 제작진에게 "(정씨를) 찾게 되면 저한테도 알려달라. 욕이라도 하고 싶다"며 "그 일을 떠올리기도 싫다. 가정을 꾸려 아들도 있다"고 했다.

정씨의 가족은 지금도 실종 전단을 뿌리며 정씨를 애타게 찾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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