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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니 “타다 이용 마라” 설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택시 업계와 타다·풀러스 앱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 간 갈등이 커지며 승객만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기사 확인 안돼 범죄 우려” 주장 #택시가 타다 차량에 위협운전 #“업계 갈등에 승객들만 피해”

이달초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퇴근하기 위해 이동 서비스 ‘타다’를 불렀던 회사원 최원일(31)씨 아찔한 경험을 했다. 택시 한 대가 최씨의 타다 차량 앞으로 차로 변경을 한 뒤 속도를 확 줄였기 때문이다. 최씨는 “위협운전이라고 느꼈지만 쫓아가 따질 수도 없고 그냥 당했다”며 “친절한 택시기사도 많겠지만 이런 일부 때문에 모두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기사 제공 렌터카 서비스로 지난해 10월초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초반에는 택시 기사의 견제가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40만 명을 돌파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요금 차이가 줄어든 것도 견제가 심해진 이유 중 하나다. 기존 타다의 요금은 택시보다 20% 정도 비쌌지만 최근 서울 택시가 요금을 올리며 격차가 줄었다.

본지가 직접 타다 측에 확인해보니 위협운전 민원 건수는 한 달에 한 건 수준에 불과했다. 타다 관계자는 “아직 관련 민원 수가 많지 않아 대책을 따로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동 내내 다른 산업을 비난하는 택시 기사의 행동도 시민을 불편하게 했다. 회사원 이민영(30)씨는 지난달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1시간 30분 내내 카풀과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기사님이 ‘타다 타봤냐’고 물은 뒤 ‘절대 타면 안 된다, 기사 신원 확인도 안 돼서 범죄에 당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계속 늘어놨다. 너무 피곤했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기사의 행동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관련 민원은 2015년 2만5104건, 2016년 2만4008건, 2017년 2만2420건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조 정책본부장은 “일부 택시기사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이는데 이런 일이 심해진다면 자제 요청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11년간 택시 기사로 일한 유모(68)씨는 “택시 기사 폭행 사고 보도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지난 7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택시, 카풀업계가 참여한 대타협 기구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승용차 카풀 서비스 가능 시간을 총 4시간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말과 공휴일은 영업일에서 빠졌다.

하지만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의에 택시 업계는 모두 참여했지만  IT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만 참여했다. 타다, 풀러스 앱 등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털 다음 창업자이자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의 대표인 이재웅씨는 합의안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법에서 허용된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모든 택시 단체가 합의에 이의를 달지 않아 홀로 외로운 투쟁을 계속한다 해도 서울 개인택시 5만 조합원은 합의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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