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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진료거부권' 법안 논란..."환자 고르기" vs "의사 보호"

중앙일보

입력

의사협회 규탄하는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앞에서 의료사고 유가족 및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환자 선별 진료거부권 도입 및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사협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7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의사협회 규탄하는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 앞에서 의료사고 유가족 및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들이 환자 선별 진료거부권 도입 및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사협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1.7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의료인의 진료 거부권을 명시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진료거부권’으로 변질시키려는 자유한국당 김명연 국회의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 8개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 15조 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8개 사유에 해당하면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 의료인이 질환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 의료기관의 인력ㆍ시설ㆍ장비 등이 부족한 경우 ▲ 예약된 진료일정으로 새로운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경우 ▲ 난이도가 높은 진료행위에 필요한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 다른 의료인이 환자에게 이미 시행한 투약ㆍ시술ㆍ수술 등의 내용을 알 수 없는 경우 등이다. 또 ▲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 환자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 의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계속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포함됐다.

환자단체는 이처럼 진료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법률에 규정하면, 진료거부를 인정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환자를 골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것이라고 우려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현행 의료법에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아주 특별한 경우 진료거부를 할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의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도록 정당한 사유를 법률이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도 규정하지 않았다. 진료거부 남용방지를 위해 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기고 있다”라며 “개정안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진료 거부 금지 조항을 의료인의 진료거부권으로 변질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과 의사의 진료 거부권 즉각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10.30 mtkht@yna.co.kr

최대집 의협 회장,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과 의사의 진료 거부권 즉각 도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18.10.30 mtkht@yna.co.kr

김명연 의원실 관계자는 “故임세원 교수 사고 이후 의료인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진료 거부를 정당화하려는게 아니라 의료인이 안전해야 환자도 안전하다는 취지다”라며 “환자단체에서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개정안이 고(故)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 측은 “임 교수와 유족은 차별 없는 정신질환 환자의 치료를 강조했다”며 “정신질환 환자의 폭력 위험 때문에 의사의 진료거부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료거부권 도입은 오진 의사 3명이 형사재판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의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 도입과 함께 주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반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법안 발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안전한 진료를 위해 진료거부 가능 사유를 명시한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 그간 의협은 불가피한 경우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그 정당한 사유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개정안의 진료거부는 환자를 선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을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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