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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빈손 담판 이후 보름…북미,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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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 이후 침묵하던 북한이 반격에 나섰다. 북한은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북미 회담 결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로써 북ㆍ미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주 동안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전방위 압박 공세를 했다. 반면 북한은 공식 반응을 자제해 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는 "최 부상의 오른편에 앉은 인물은 통역이고 왼편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는 "최 부상의 오른편에 앉은 인물은 통역이고 왼편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라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北, 결렬 당일 10시간 후 기자회견, 보름 만의 행동계획 발표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빈손 회담으로 끝난 지 10시간 만에 북한은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을 내세워 입장 표명을 했다. 이날 오후 북·미 간 협상 결렬을 선언한지 약 10시간 만이었다. 이후 북한은 대ㆍ내외 선전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재일 조총련계 조선신보 등을 통해 “미국이 패권적 본성을 드러냈다”는 식이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회담 파탄과 관련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미국을 향한 대화의 끈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김정은, 베트남 방문 마치고 평양 도착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새벽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2019.3.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2019-03-05 07:23:30/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정은, 베트남 방문 마치고 평양 도착 (서울=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일 새벽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평양에 도착했다는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게재했다. 2019.3.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2019-03-05 07:23:30/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 위원장은 5일 새벽 평양에 귀환한 뒤에도 북ㆍ미 회담 결과와 관련해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다. 지난 10일 한국의 총선거 격인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참가하는 등 국내 일정에 집중했다.

 美, 볼턴·폼페이오·비건 총출동 '최대한의 압박'

 정중동을 보였던 북한과 달리 미국은 하노이 회담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외교ㆍ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가장 먼저 전선에 나선 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도했을 정도로 초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는 협상 사흘 후인 3일(현지시간)부터 CNNㆍ폭스뉴스 등 미 주요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은 핵과 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며 “과거 정부처럼 ‘행동 대 행동’으로 북한에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틀 뒤엔 “비핵화 없이 참담한 경제 제재가 완화되는 일은 없으며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대북제재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AP=연합뉴스]

 “수주 내 협상팀을 평양에 파견하기를 희망한다”며 로키를 유지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12일(현지시간) 압박에 가세했다. 그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내 면전에서 최소 6차례 비핵화를 약속했다. 이제는 행동을 할 때”라고 했다. 그간 언급을 자제해 오던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 발언까지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스티브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가 11일 워싱턴 대담 행사에서 &#34;북한과 협상은 상대에게 많은 스트레스&#34;라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스티브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가 11일 워싱턴 대담 행사에서 &#34;북한과 협상은 상대에게 많은 스트레스&#34;라고 말했다. [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북한과 실무협상에 나섰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도 하루 전날 카네기재단 핵정책 국제회의와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점진적 비핵화는 없다”고 발언하는 등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건 대표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1월 말 스탠퍼드대 연설에서는 “언젠가는 (핵 관련 리스트를)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초기 조치에서 완전한 핵 신고를 요구하는 종래 미국의 입장에서 유연해진 듯 한 발언이었다. 미국의 눈높이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온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향해 다소 완화된 톤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고 봐야지, 처음부터 ‘완전한 비핵화(FFVD)’에 대한 미국의 목표치는 상당히 높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후 그의 대북 압박 수위와 행동은 높아지고 있다. 비건 대표는 15일 중국ㆍ러시아 등 15개 유엔 안보리 회원국 대표들을 만나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는 말을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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