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전히 휴대전화 확보 안했다”…3년 전 수사 반복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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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유포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가수 정준영씨(왼쪽). 정씨는 3년 전인 2016년 8월에도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일간스포츠]

2019년 3월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유포 혐의로 경찰에 출석한 가수 정준영씨(왼쪽). 정씨는 3년 전인 2016년 8월에도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일간스포츠]

3년 전 가수 정준영씨의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혐의를 두고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도 경찰이 늦장 수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SBS에 따르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정씨가 지난 12일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압수했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지난 11일 의혹이 제기된지 사흘이 지났지만, 핵심 증거인 정씨의 휴대전화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3년 전과 같은 패턴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휴대전화는 3년 전 불법 동영상 촬영·유포 의혹과 이후 추가 범죄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임에도, 증거 확보보다 소환 조사를 먼저 택한 것에 의문이 제기됐다. 디지털 자료는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거 확보 절차 없이 소환 조사를 할 경우 그 시간 동안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또 SBS는 경찰의 수사 방식이 경찰이 정한 '불법 촬영 수사 매뉴얼'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피의자 특정 시 저장 매체 및 웹하드·클라우드 사진·영상을 확인하고 접속 전송 기록과 유포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 수사 과정은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복원업체만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데에 '보복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당시 경찰관이 복원업체에 증거인멸 시도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당시 수사라인을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수사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병행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조치하겠다"며 "경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자세로 전 경찰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버닝썬 수사에 126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다. 다만 지난 12일 정씨가 해외에서 입국했을 때 왜 긴급체포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논란에 우선 긴급체포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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