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별거와 상봉 … 갱년기 지뢰밭을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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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년의 위기를 맞은 로미오와 줄리엣

브리기테 히로니무스 지음
유영미 옮김, 나무생각, 229쪽, 1만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가 '어 타임 포 어스(A time for us)'의 일부. "마침내 당신과 나를 위한 멋질 삶을 맞이하게 될 그날/우리가 모든 역경을 헤쳐나갈 때/우리 사랑으로 우린 눈물과 고난을 인내할 거예요."

영화 속의 젊은 연인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 저 세상에서 꽃피기를 소망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허니문을 떠났던 우리들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변치 말자던 사랑의 종착역은? 게다가 상대에 대한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남편은 TV를 끼고 살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 불평만 토해내고 등등.

40대 중반의 부부가 대개 겪는 경험이다. 아내는 우울증에 빠지고, 남편은 젊은 날의 활력을 그리워한다. 갱년기의 전형적 증상이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에겐 '새 여인'이 생겼다. 아내는 별거를 결심한다. 남편도 따른다. 그러나 뭔가 구멍이 뚫린 것 같다. 체중이 줄고, 머리칼이 빠진다. 식욕도 없다. 그래도 기댈 건 부부간의 사랑? 그들은 재결합을 시도한다.

그러나 또 티격태격. 몇 번의 별거와 상봉을 거듭하던 부부는 그제야 상대를 제대로 알게 된다. 그간 못 보았던 서로의 단점을 껴안고, 장점을 북돋운다. 인생의 '지뢰밭'처럼 보였던 갱년기가 그들을 한층 성숙한 삶으로 끌어올리는 '사다리'가 된다. 현재 갱년기 상담가로 왕성하게 뛰고 자신의 경험을 편지 형식으로 털어놓았다. 갱년기의 좌절.혼동.극복 등을 숨김없이 공개한다. 코르셋같이 꽉 조인 삶을 툴툴 털어버리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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