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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로 라면·두부 사고, 단란주점 간 공무원들 적발

중앙일보

입력

최성호 공직감찰본부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정부부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1개 정부 부처에 대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감사를 실시, 총 36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뉴스1]

최성호 공직감찰본부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정부부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11개 정부 부처에 대한 업무추진비 집행실태 점검 감사를 실시, 총 36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뉴스1]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여전히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사서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라면이나 두부 같은 식료품을 사기도 했으며 유흥주점에서 술값을 지불하는 데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공무원도 있었다.

13일 감사원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11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관들에서 직원들이 업무추진비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이라고 할 수 있는 부정사용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11개 기관의 업무추진비 집행 1만9679건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1764건의 부적절한 사용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36건의 위법ㆍ부당 및 제도개선 사항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 대상은 ▶제한업종 사용 ▶휴일ㆍ심야 및 관할 근무지 외 사용 ▶건당 50만원 이상 집행한 경우 증빙 여부 등이었다.

행정안전부 소속 A직원은 2017년 9월 업무 회의를 위해 필요한 음료 등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25만원의 상품권 중 10만원은 직원 격려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5만원은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는데 사용했다. A직원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8차례에 걸쳐 422만원의 커피 상품권을 구입한 후 292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기획재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 소속 B직원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243만원의 상품권을 구매해 10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B직원과 같은 국민경제자문회의지원단에 소속된 C직원 역시 2017년 6월부터 두 달간 81만5000원의 상품권을 사서 28만3000원을 혼자 쓰기도 했다.

법무부 법무연수원 D직원은 2016년 9월부터 2018년 9월 사이에 거주지 인근 대형마트에서 개인 식재료 및 생활용품 등의 구입에 업무추진비 91만여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D직원은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품목에는 라면과 두부 등 갖가지 식료품은 물론, 여성위생용품 등 생활용품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D직원은 결제 후 마트 계산원에게 영수증에 구입품목이 나오지 않고 총액만 표기되도록 발행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처음부터 부정 사용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등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기획재정부가 그해 10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이날 감사원은 심 의원이 제기했던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기재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유흥주점 등 12개 제한업종에서 정부구매카드가 결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정부구매카드사가 업종코드를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정확히 전송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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