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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전담사 vs 대구교육청, 노동 '2시간' 두고 대립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대구 돌봄전담사 12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대구 교육청 로비에서 농성 중인 모습.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돌봄전담사 12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대구 교육청 로비에서 농성 중인 모습. 대구=백경서 기자

"아침부터 학부모에게 연락이 옵니다. 아이가 오늘부터 미술학원을 가야 하니 5시에 미술 학원버스에 태워달라고 하죠. 밤에는 아이가 친구랑 왜 싸웠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옵니다. 사실상 24시간 근무죠." (천은수 신천초등학교 돌봄전담사)

대구 돌봄전담사 120여 명 파업 돌입 #전담사들 "근무시간 2시간 늘려 달라" #"시간늘려야 제대로 일해"…급여도 증가 #교육청 "전담사보다는 강사 투입해야"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방과 후 돌봄교실에 오는 아이들도 늘었습니다. 예전엔 한 사람당 20명 정도만 돌보면 됐지만 지금은 80명까지 돌봐야 해요." (김은수 본리초등학교 돌봄전담사)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의 말이다. 낮 12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이들의 업무는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마련된 초등 돌봄교실에서 정규 수업이 끝난 1~2학년 아이들을 돌봐주는 역할이다. 대구교육청 소속으로 월~금 6시간 근무에 급여는 월 120만원 수준이다.

돌봄전담사들의 일과는 낮 12시 아이들이 돌봄교실로 오는지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후 1~3시 학부모가 일정한 수업료를 내고 신청하는 방과 후 수업 시간표에 따라 아이들을 배치하며 수업 준비를 시킨다. 수업 중간에는 간식을 넣어주거나 방과 후 수업을 듣지 않는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등의 일을 한다. 또 학부모의 요청 전화에 따라 틈틈이 아이들의 하교 시간·장소를 챙긴다. 오후 3~5시 아이들이 교육청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에는 아이 각자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하교를 시킨다.

2011년부터 돌봄전담사로 일했다는 천씨는 "하교 시간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며 "월요일은 미술학원 버스, 화요일은 태권도 학원 버스 등 아이들 일정이 매일 달라 하교시키고 나면 오후 6시"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가 학생들과 그림그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천초 돌봄전담사 제공]

대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가 학생들과 그림그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천초 돌봄전담사 제공]

이렇듯 아이들에게 제2의 부모이자 교사의 역할을 하는 대구 지역 돌봄전담사 242명 중 절반인 120여 명이 지난 4일 "근무시간을 현행 6시간에서 8시간으로 2시간을 늘려달라"며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6시간의 근무시간 내에 쉴 틈 없이 일하면서 행정업무까지는 볼 수 없으니 근무시간 자체를 오전 10시~오후 6시로 늘려서 민원 등 추가업무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한다. 8시간 근무로 바꿀 경우 시간 외 수당 등이 증가해 연봉이 700만원가량 올라간다. 이들은 ▶1전담사 1교실 보장 ▶아이 돌봄 시간 동안의 행정업무 거부 ▶1교실 학생 수 20명 이내로 구성 등도 요구했다.

13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영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장은 "대구 돌봄전담사는 전국 최악의 근로조건"이라며 "다른 지역에는 8시간 돌봄전담사가 정원 20명의 1개 교실을 담당하는데 대구는 6시간 돌봄전담사 1명이 50~80명 2~3개 교실까지 챙긴다"고 말했다. 앞서 2006년 돌봄 교실이 생긴 이후 각 학교에서 1개 교실으로 운영됐지만,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2013년부터 돌봄교실 수도 점차 증가했다. 하지만 전담사 정원은 그대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구 돌봄전담사 12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대구 교육청 로비 기둥에 돌봄전담사들이 붙인 포스트잇.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돌봄전담사 120여 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대구 교육청 로비 기둥에 돌봄전담사들이 붙인 포스트잇. 대구=백경서 기자

반면 대구교육청은 2시간 근무시간을 늘려달라는 돌봄전담사 측의 주장은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우선 아이들 등·하교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 정규 근무시간은 1~5시로 4시간인데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2시간을 이미 더 쳐주고 있다.

또 대구교육청 측은 대구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돌봄전담사를 적게 두는 대신 음악·미술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어서 돌봄전담사가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듣는 도중 충분히 행정업무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900명이 넘는 프로그램 강사를 매일 시간표에 따라 투입하면서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다"며 "돌봄전담사들의 요구에 따라 상반기 중에 신규로 50명 정도를 더 채용해서 이들의 업무를 줄여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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