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옥보다 잡풀 많은 경북도청 앞 '한옥마을' 3년째 '허허벌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경북도청 바로 길 건너엔 '한옥마을 1길'이 있다. 이 도로는 3만8737㎡의 도청 앞 '한옥마을' 안팎을 감싸고 있다. 그런데 막상 도로를 따라 한옥마을로 들어가면 가로등·폐쇄회로TV(CCTV)·체육공원 등 마을 부대 시설이 보일 뿐 한옥은 거의 없다. 마을은 70채 이상 한옥을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홍보용 본보기 한옥 3채를 포함해 8채의 한옥이 전부다. 나머지 마을 땅에는 잡풀이 무성하다.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잡풀이 난 땅 사이로 도로가 지나가고, 그 땅을 가로등이 비추고, 그 옆에 체육 시설이 설치된 공원이 있는 셈이다.

2016년 7월 한옥마을 100% 분양 #분양 3년째 맞았지만 한옥은 8채 뿐 #잡풀이 난 땅이 한옥보다 더 많아 #"해결책은 지으라고 안내하는 것"

경상북도의 도청 앞 '한옥마을' 만들기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로 3년째 한옥마을 부지가 한옥보다 잡풀이 더 많은 '허허벌판' 모습 그대로여서다. 한옥마을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에서 경북 안동으로 경북도청이 커다란 한옥 모양의 청사를 새로 지어 이사한 직후다. 경상북도는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논·밭 등이던 도청 앞 땅(풍천면 가곡리 1181~1275)을 한옥만 지을 수 있는 곳으로 개발했다. 안동 하회마을 같은 특성화 마을을 조성, 도청 이전지의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의 모습. 한옥보다 잡풀이 더 많다. 허허벌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윤호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의 모습. 한옥보다 잡풀이 더 많다. 허허벌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윤호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의 모습. 허허벌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70채 이상의 한옥이 들어설 수 있는 마을엔 8채의 한옥 뿐이다. 이중 3채는 본보기 한옥이다. '한옥마을 1길' 이라는 도로 표지판도 눈에 뛴다. 김윤호 기자

경북도청 신도시 한옥마을의 모습. 허허벌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70채 이상의 한옥이 들어설 수 있는 마을엔 8채의 한옥 뿐이다. 이중 3채는 본보기 한옥이다. '한옥마을 1길' 이라는 도로 표지판도 눈에 뛴다. 김윤호 기자

그해 2월 경북개발공사는 전기·수도·도시가스 등 마을 기반 시설을 마련했다. 도로와 체육공원 등도 이때 만들었다. 그러곤 7월 전체 73필지로 마을 땅을 나눠 홍보용 본보기 한옥이 들어서는 땅을 뺀 69필지를 분양했다.

①한옥만 지을 수 있고 ②한옥 건축 시 도에서 4000만원을 지원하며 ③환매 즉, 3년 내 한옥 건축을 시작하지 않으면 다시 공사가 땅을 사들일 수 있다는 별도 조항을 달아서다. 분양가는 3.3㎡에 110만~120만원. 도청 신도시 조성 분위기를 타고 분양은 100%로 이뤄졌다. 추첨해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개인이 한옥을 지어 마을에 들어온 것은 5필지, 5채가 끝이다. 경북개발공사 측은 "최초 분양받은 69필지 중 소유주가 바뀐 사례만 30필지가 넘는다. 즉, 땅을 사고, '프리미엄'을 붙여 되판 개인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옥마을의 일부 땅이 부동산 재테크용으로 사용된 셈이다. 

이중효 경북개발공사 분양팀장 "분양 3년 후 환매 조항에 따라 오는 7월이면 땅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시점이 온다. 하지만 환매라는 게 사실상 어렵다. 일부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졌고 개인 지주들에게 강제 환매를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경상북도는 3.3㎡당 1000만원 가까이 하는 비싼 한옥 건축비 부담이 '허허벌판' 한옥마을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봤다. 이에 한옥 건축 보조금 4000만원까지 지원하고, 한옥 설계비 등을 아낄 수 있도록 한옥 표준형 설계도를 자체 개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 보조금 등 신청자는 개인이 한옥을 지어 이미 마을에 들어온 5채가 마지막이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한옥이 꽉 들어찬 도청 앞 한옥마을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없다. 지주들에게 한옥을 지으라고 안내하는 게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이다"고 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