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산별노조 전환 노동계 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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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80,600원 1,100 +1.4%) 노조의 현 집행부는 이번 가결로 커다란 난제를 넘어서게 됐다. 산별노조 전환은 현 집행부가 내세운 핵심 공약이다. 노조내 갈등과 이견을 겪으며 논란을 빚었지만 이번 가결로 집행부측의 정당성이 강화되고 향후 사업추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노동계는 내년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맞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단일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에서 도입이 결정됨에 따라 전환을 추진중인 다른 사업장에도 힘을 실어주게 됐다.

◇노조내 갈등 불구 전환 가결=산별노조 전환을 놓고 현대차 노조원들 사이에는 애초부터 의견이 팽팽히 대립해 왔다.

산별노조 전환은 이미 몇년전부터 노동계의 균열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03년 산별 전환 총회를 가졌으나 조합원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같은 해 기아차와 쌍용차도 노조 대의원들의 반대로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는 산별노조 전환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고 집행부 장악에 성공했다. 산별 노조 전환과 관련해 사전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했고 가결을 낙관했으나 결정적인 일격을 당했다.

투표에 앞서 현대차 조합원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승용1공장 대의원회 이진윤 부대표는 지난 27일 '제대로 된 산별! 조합원에게 희망주는 산별-지금은 아닙니다'는 유인물을 통해 "현대차 노조와 금속산업연맹이 산별 전환을 위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정면 공격했다.

이 부대표는 노조 산별추진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매우 컸다. 그는 "노조가 산별 전환에 대한 당위성만 주장할 뿐 산별전환 후 우려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나 공청회 한번 없이 조합원 총회를 강행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역이 아닌 금속산업연맹을 중심으로 한 중앙산별로의 전환은 교섭권과 체결권, 단체행동권 등 현대차 노조가 갖고 있는 모든 권한을 중앙에 집중시킴으로써 생산현장의 공동화와 현장 활동가들의 관료주의, 결정구조의 상층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비록 산별노조 전환의 대의를 인정하고 각론에서 현 집행부의 전략을 비판한 것이지만 내부 갈등을 전면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현대차 노조내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집행부측은 이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산별전환 투표를 실시, 가결시켰다.

◇현대차와 노동계, 산별전환의 속내=현대차를 비롯 주요 사업장의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산별전환 후 임금 및 복지 향상 등 개별 사업장 단위의 투쟁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산별노조가 사용자 상급 단체와 임금인상, 복지향상, 처우개선 등을 포괄적으로 협상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손꼽힌다. 임금 및 복지 수준 등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산별노조로 전환할 경우 임금 및 복지 수준 등이 '하향 평준화' 압력을 받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는 대기업 노조들의 산별전환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측은 "산별노조로의 전환만이 노동운동의 장기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원칙 아래 조합원들을 설득시켰고 결국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조의 분열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을 거둔 것.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현대차 등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노조는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동계가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노조 조직률이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에서 민주노총의 조직 위기, 동일 노조내 노선 투쟁 만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산별전환으로 이를 돌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상급단체가 재계 상급단체와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비록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해도 보다 우세한 노조측이 산별노조에서 기득권을 얻게 되고 자연스럽게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균열현상을 줄일 수 있다.

현대차 노조 등이 산별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애써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경총 관계자는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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