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4월 7일까지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이다.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가 수십 년 간 수집한 북한의 우표, 포장지, 만화책, 초대장, 선전(프로파간다) 포스터 등이 전시됐다.
‘Made in 조선’전 여는 영국인 보너 #“어린 시절 향수 자극하는 디자인”
니콜라스 보너는 1993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후 베이징을 거점으로 25년간 북한전문여행사 고려투어를 운영하면서 북한을 여러 차례 오갈 수 있었다. 그 때마다 북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모아둔 것이 1만 여점에 이르고, 이번 전시에선 그 중 2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또한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공동 연출했고, 북한에 관한 3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전시 홍보를 위해 최근 방한한 니콜라스 보너를 직접 만나봤다.
- 1993년 평양을 처음 방문한 계기는.
-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조경건축 전공자로서 중국 조경에 관심이 생겨 베이징을 방문했다가 북한까지 가게 됐다. 이후 평양을 더 보고 싶었고, 그때마다 관광 비자를 받는 게 귀찮아서 북한전문여행사인 고려투어를 설립했다.”
- 북한을 계속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 “북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그 정보의 공백을 채워나가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다른 관광객들처럼 처음엔 미디어가 만든 사회주의국가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다른 부분이 많아서 놀라웠고 궁금증이 생기더라.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가 ‘흑과 백’이라면 그 두 가지 컬러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 이번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 “내가 수집한 건 겨우 포장지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일기장 같은 기록물이기도 하다. 미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진 수많은 포장지, 매스게임 등의 공연 티켓과 관광지 티켓 등은 모두 내 추억의 아이템인데 그것들을 통해 북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북한 그래픽 디자인이 좋은 이유는.
- “현대인에겐 다소 촌스러울 수 있지만 그 일상 생활용품들은 내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또 서구 브랜딩 디자인은 감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반면, 북한의 생활용품 디자인은 정직하고, 즉물적이다. 예를 들어 서양 포장지는 이 제품을 사면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홍보하지만, 북한 디자인은 제품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두 번째는 한국의 미를 보여준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오방색은 물론이고 학은 장수, 금강산은 활력 등 오래된 상징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나는 이런 점들이 디자인의 심플한 미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 북한 다큐를 3편이나 제작했다.
- “여행 다큐 2개, 축구 관련 다큐를 만들었다. ‘김동무, 하늘을 날다’는 북한에서 이데올로기 목적 없이 만든 첫 번째 엔터테인먼트 영화다. 모두 어떤 정치적인 목적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1999년도에 어떤 여성을 인터뷰했을 때 ‘생일이지만 가족이 모두 굶었다’고 말하는 장면도 필름에 담았다. 그 다큐를 보고 북한을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실제로 북한 사람들은 자기네 일상이 너무 평범하게 보여져 지루하다고 하더라. 그만큼 있는 그대로를 찍으려 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받아 한국에서도 상영됐다.”
- 제3자로서 남북통일에 대해 말한다면.
- “무엇이든 대화로 시작해야 한다. 영국도 아일랜드와 늘 분쟁이 많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 둘이 잘 맞춰 살아간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내가 살아있을 때 한국의 남북통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남과 북이 문화가 너무 다르고 장벽이 너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