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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게 공석인 靑 의전비서관에 외교부 관료 내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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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넘게 공석이었던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박상훈 외교부 공공외교 대사가 내정됐다. 청와대는 이르면 7일  인사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행사와 해외 순방을 총괄하는 의전비서관에 정치권 출신이 아닌 외교부 인사를 배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상훈 현 외교부 공공외교대사 #10~16일 문 대통령 동남아 3개국 순방 수행

박상훈 청와대 의전비서관[사진 연세대]

박상훈 청와대 의전비서관[사진 연세대]

박 신임 비서관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외시 23회에 합격해 1989년부터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비서관을 지냈고 최근에는 외교부 중남미 국장, 주파나마 대사 등을 역임했다. 특히 주유엔 대표부 1등 서기관, 외교통상부 유엔과 과장, 주벨기에ㆍ유럽연합 대사관 참사관 등 다자외교 경험이 많다. 오페라 아리아를 소개한 『손에 잡히는 아리아 1, 2 』의 저자이기도 하다.

의전비서관 자리는 김종천 전 비서관이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문 대통령이 당일 직권면직한 뒤 지금까지 공석이었다. 의전비서관 대행을 맡아오던 외교부 출신의 홍상우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4일 시드니 총영사에 내정되면서 인선 작업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박 비서관은 10~16일 문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국빈 방문을 수행하게 된다.

의전비서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지난 1월 7일 사표를 제출했다. 탁 전 행정관이 사실상 행사기획비서관 역할까지 겸임해 온 상황이어서 청와대는 두 가지 모두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를 찾는데 방점을 둬 왔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방송 PD가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청와대가 결국 민간 전문가가 아닌 정통 외교 관료를 선택한 것은 전임자의 의전 경험 부족이 논란이 됐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천 전 비서관은 지난해 6월 조한기 의전비서관이 제1부속비서관으로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승진 임명됐다. 한양대 운동권 출신으로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의 최측근이지만 외교 의전 경험은 없었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정상 간 서명에 고급 필기구가 아닌 네임펜을 사용해 국격 논란이 불거진 것도 김 전 비서관의 경험 논란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문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기념사진 촬영에 불참하는 일도 발생했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노무현 정부에선 모두 비 외교부 출신 인사가 의전비서관을 지냈다. 그러나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의전비서관이 모두 외교관 출신이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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