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미세먼지까지…“제발 집에 보내달라” 섬 장병들 전역 못 해 발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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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인천 옹진군 용기원산에서 바라본 백령도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오른쪽 군인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4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인천 옹진군 용기원산에서 바라본 백령도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오른쪽 군인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짙은 안개에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여객선이 끊긴 서해 북단 연평도의 해병대 장병들이 전역을 못 하고 있다. 해당 장병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에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6일 인천항 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인천∼백령도와 인천∼연평도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인천 앞바다 가시거리는 500m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항 운항관리센터 관계자는 “온도 차이 때문에 서해 상에 짙은 안개가 껴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면서도 “게다가 미세먼지가 많이 끼면 가시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그 영향도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해 북단 섬인 백령·연평도와 인천을 오가는 항로는 평소에도 안개가 잦아 여객선이 자주 통제되는 구간이다.

해병대 연평부대 1223기의 전역일인 이날도 여객선이 뜨지 못한 탓에 군 장병 130명의 발이 묶였다.

이날 군인 관련 페이스북 익명게시판인 ‘군대나무숲’에는 관련 제보가 올라왔다.

한 제보자는 이날 오전 9시 52분 “금일 전역일인데 안개 때문에 전도서에 있는 동기들이 전역을 못 하고 있다. 살려달라”고 했다. 오후 2시 18분엔 “저희 배 결국 통제됐다. 내일도 통제 예정이다”라면서 “전역일이 오늘인데 동기 117명이 집에 못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엔 “제발 집에 보내달라. 이날만을 바랐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나가고 싶다” “죽고 싶다” 등 페이스북 프로필에 해병대 장병임을 명시해놓은 네티즌 댓글이 여럿 달렸다.

한편 이날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장병들은 이날 오후 다시 부대로 돌아가 묵을 예정이며 다음 날 여객선 운항 여부에 따라 섬을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개와 미세먼지가 짙어 여객선의 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인천 지역 미세먼지(PM-10) 농도는 남동구 구월 113㎍/㎥, 계양구 계산 104㎍/㎥, 강화군 송해 102㎍/㎥, 중구 신흥 92㎍/㎥ 등으로 측정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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