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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여파, "중국 성장률 목표 6.0~6.5%"

중앙일보

입력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땀을 닦고 있다. [EPA=연합뉴스]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땀을 닦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의 국정 운영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았다. 5일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100분 가까운 ‘정부업무 보고’ 기간 시종 심각한 표정이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데 따른 중압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리 총리의 보고 역시 여느 해와 달리 박력 있기보다는 다소 쫓기는 듯 여유가 없어 행사에 참석한 대표들이 보내는 박수에 전혀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
리 총리의 정부업무 보고는 미국과의 힘겨운 무역전쟁 여파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우선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 목표로 6.0~6.5% 구간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6.5% 남짓이라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내놓았으나 이번엔 목표 구간을 설정했다.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감안해 목표를 내려 잡은 것이다. 리 총리는 국내외 형세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올해 중국의 발전은 더 복잡하고 더 혹독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힘겨운 싸움을 치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지속해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이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양대 비전으로 추진 중인 웨강아오(粤港澳)대만구(大灣區)와 슝안(雄安)신구(新區) 프로젝트에 큰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EPA=연합뉴스]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EPA=연합뉴스]

웨강아오대만구는 선전(深圳)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등을 하나로 묶어 거대 경제 허브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이며 슝안신구는 허베이성에 시 주석이 인류의 도시 모델로 건설 중인 국가급 특구로 ‘시진핑 신도시’로도 불린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올해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는 지난해보다 7.5% 늘어난 1조1900억 위안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8.1% 증가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200조원 가까운 국방비 지출을 결정해 시 주석의 강군몽(强軍夢)을 계속 키워간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올해 4월 산둥성 칭다오에서 중국해군 성립 70주년 행사, 10월 국경절 퍼레이드에서 신무기 노출 등으로 근육질을 과시할 계획이다.
리 총리는 또 환경 보호와 관련해 한반도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주는 베이징-톈진-허베이성을 아우르는 이른바 징진지(京津冀)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계속 낮추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5일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 [EPA=연합뉴스]

5일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13기 2차 회의. [EPA=연합뉴스]

특히 공업과 석탄, 자동차 등 3대 오염원에 대한 정비를 강화하고 북방 지역에서의 청정에너지 난방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 기업에 대한 환경보호 책임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폐막되는 이번 대회에선 외국 기업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상투자법’이 통과될 예정이다. 외상투자법은 기존의 중외합자경영기업법, 중외합작경영기업법, 외자기업법 등 이른바 ‘외자 3법’을 사실상 대체하는 법이다.
중요한 건 이 외상투자법에 ‘중국 당국이 행정수단을 이용해 외자기업의 기술 이전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강제 이전은 그동안 줄곧 부당성 논란에 휩싸여 왔으며 미·중 갈등의 중요한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외상투자법 초안에 ‘중국기업과 외자 기업의 자발적인 기술협력은 격려한다’고 돼 있어 ‘강제’는 아닐지라도 ‘자발’의 미명 아래 기술 이전 강요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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