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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볼러' 서정환의 뜻깊은 프로볼링 개막전 우승

중앙일보

입력

프로볼러 서정환.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프로볼러 서정환.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울지 마! 울지 마!"

28일 프로볼링 2019 시즌 개막전 바이네르컵 한국오픈이 열린 경기도 용인 레드힐볼링라운드 경기장. 우승을 거둔 선수를 향해 지인들이 이렇게 외쳤다. "항상 얘기하다보면 울게 된다. 가슴 속에 뭔가 끓고 있는 게 확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울보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 그는 감격적인 우승을 하고 떠오른 한 가지 생각에 또다시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스스로 '울보'라고 한 이 우승자는 44세 베테랑 볼러 서정환(타이어뱅크)이었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해 프로 통산 5승을 거둔 그는 메이저 대회엔 처음 TV 파이널 결승까지 올라 차미정(팀 스톰)과의 '성(性)대결'에서 236-225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지난 2017년 동트는 동해컵 이후 2년여 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통산 6승 중 3승을 시즌 개막전에서 거뒀다. 시즌 첫 경기하고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기뻐했다.

서정환은 "10년을 기다렸다. 누구나 할 수 있단 자신감으로 기다렸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이라는 개인적인 쾌거를 이룬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동호인으로 활동하다 2005년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독특한 이력도 있던 그는 프로볼러가 된 뒤엔 메이저 우승이 '꼭 이룰 목표'나 다름 없었다. 그는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쉽게 오진 않더라. 처음 결승에 올라서 첫 우승을 거둬 더욱 남달랐다"고 말했다.

프로볼러 서정환.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프로볼러 서정환. [사진 한국프로볼링협회]

서정환이 우승하면서 떠올린 건 역시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들이 오면 그동안 우승을 못 하던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아내와 두 아들이 이번 결승에 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먼저 떠올랐다"면서 "윤호야! 호진아! 아빠 드디어 메이저에서 1등 했어. 허허"라고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한 존재에 멈칫하고 눈물을 흘렸다. 바로 지난해 작고한 아버지였다.

서정환은 "꿈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아무 말씀도 없이 나를 지켜보셨다. (꿈에 나타난 덕에) 아버지가 내게 1등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살아 생전에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보여드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엿보였다. 그만큼 서정환은 남은 어머니를 위한 효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정환은 "우승 상금을 어머니께서 전북 순창에 홀로 계신데 집을 짓는 데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2019 시즌 개막전을 치른 프로볼링은 오는 12월까지 한 시즌을 보낼 예정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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