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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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존·웨인」주연의 『역마차』란 영화는 미국 서부극의 대명사라 할만큼 유명하다. 그러나 실체로 서부극에는 역마차보다 포장마차가 더 중요한 역을 했다.
18세기 서부 개척시절, 가족과 가재도구를 몽땅 싣고 서부로, 서부로 향하는 포장마차의 대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도중에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용감하게 싸우는 모습은 드러매틱하기 조차 하다.
포장마차란 원래 미국에서 제작되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마차의 무게 중심이 높고 바퀴의 폭이 넓게 만들어져 진탕이나 초지를 달리기에 알맞다. 그리고 차체의 구조가 선형으로 되어 하천을 건너기 쉽고, 포장을 아치형으로 쳤기 때문에 짐을 많이 실을 뿐 아니라 비바람을 피 할수 있어 이동식 가옥 구실까지 했다.
따라서 포장마차는 당시 미국 내륙의 교통 수단으로서는 안성 맞춤이어서 철도가 보급된 19세기 후반까지 역마차와 함께 교통사상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 포장마차가 언제부터인가 한국에 건너와 이동식 술집이 돼버렸다. 그래서 요즘사람들에게 포장마차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열의 열 모두 대폿집으로 대답할 것이 틀림없다. 서부영화의 대명사가 한국에서는 간이 술집의 대명사로 둔갑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서울의 포장마차가 일대 수난을 겪고있다.
서울시는 인일 노점상 정비 종합 대책을 마련, 포장마차를 비롯한 각종 노점상을 일제 단속할 모양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서울시내 노점상 수는 총 2만3백여개소나 된다. 이것은 지난 87년에 비해 무려 50%나 증가한 숫자다.
노점상의 종류를 보면 손수레가 38·4%로 가장 많고 좌판과 보따리 장수가 37·5%, 포장마차가 21·3%다.
그런데 이들 노점상의 난립이 새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 대부분 번잡한 도로이기 때문에 교통소통을 크게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거리에 나온 대부분의 영세행상보다 이른바 기업형 노점상이다.
특히 어떤 포장마차의 경우는 30∼40평의 붙박이 건물에 TV·VTR·냉장고는 물론 가라오케와 밴드에 접대부까지 고용하고 있다고 하니 포장마차란 이름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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