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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 통제 시작…김정은, 회담 직전 시진핑 주석 만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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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행 출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열차 방문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21일 오후부터 북한과 국경 지역인 단둥(丹東) 지역의 통제를 시작했다고 현지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소식통은 “어제(21일) 오전까지만 해도 (북중) 국제열차가 오가는 모습이 보이는 중롄(中聯) 호텔의 예약이 가능했다”며 “그런데 오후부터는 호텔 수리를 이유로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고, 현지 공안들의 순찰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이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찾을 경우 북ㆍ중 접경 역이 있는 단둥 지역을 통제하곤 했다. 그래서 이런 정황만 보면 김 위원장이 중국을 열차로 경유해 베트남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열차로 베이징 경유, 베트남 향할 가능성" #신변 안전 우려 하노이행 이동수단 '깜깜' #58년 김일성은 열차+항공기로 베트남 방문

김 위원장은 25일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나 열차 어느쪽이든 이용 가능하다. 베이징이나 광저우 등 특정 지점까지는 특별열차를 이용하고 이후에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중 열차를 이용할 경우 평양에서 베트남 국경까지 60시간 안팎이 소요돼 조만간 출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국가수반의 이동형태와 경로는 비밀로 간주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 베트남까지 이동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열차나 항공기로 중국을 경유한다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1958년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김일성 주석은 평양에서 베이징~광저우까지는 열차로, 광저우에서는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김 주석은 베이징에 4일간 머물며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등을 만났다.

김정은 방중 특별열차 내부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 방중 특별열차 내부 [조선중앙TV캡처]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35일 앞둔 5월 8일 중국 다롄(大聯)에서 시 주석을 만나 후원을 약속받았다. 북ㆍ미 회담에 나서기에 앞서 혈맹으로 여기고 있는 중국과 조율을 하고, 공조체제를 다졌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뒤 달라졌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8일에도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양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은 조선(북한)의 후방”이라는 표현을 공개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가는 길목에 외교 및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시 주석을 만날 경우 대미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열차로 이동한다면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길을 답습하는 의미가 있다”며 “미국과 회담이 잘되지 않으면 중국에 의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 내려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 전이건, 이후이건 중국과 회담 결과를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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