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냥"…지옥의 2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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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주 동안 계속되고 있는 소련 중앙아시아 우즈베크 공화국의 인종 분규사태는 1백여명 사망, 1천명 부상이라는 공식 발표와는 별도로 그 사건내용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있다.
사건 현장을 둘러본「리슈코프」소련 수상은『평생 갖가지 참사를 봐 왔으나 이토록 처참한 장면은 본적이 없다』고 개탄했다. 우즈베크 공화국 1천9백만 인구 중 69%를 차지하는 우즈베크인이 30만 소수 민족인 터키계 메스키인에 대한 이번 폭동은 1944년「스탈린」이 그루지야에 살고 있던 메스키인들이 적국인 터키에 협력할 것을 우려, 우즈베크로 강제 이주시킴으로써 비롯됐다.
우즈베크인 폭도들은 어린이·노인 할 것 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부녀자를 집단 강간하며, 심지어 죽은 사람을 토막내어 거리로 끌고 나오는 등 야만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와 함께 메스키인들의 가옥과 공공건물에 방화, 지금까지 6백76채의 가옥, 26개 공공건물이 불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태를 말려야 할 우즈베크 공화국 당원·관리들이 폭도들에 술·가솔린·차량 등을 제공, 그들의 행동을 부추겼다는 사실이다.
한편 소련 언론들은 이번 사태가 비단 메스키인들 뿐아니라 기타 소수민족인 러시아·타타르·타지크·한국인들에 대해서까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련 당국은 이번 사태가 제거된 부패 관리들, 비타협적인 이슬람 원리운동 조직들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우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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