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8호 홍대점' 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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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6시 서울 창천동 쌈지스페이스 1층. 왕래가 드물었던 골목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이들이 쓰던 원색 공과 낡은 빨대로 입구를 주렁주렁 장식한 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뱃갑으로 만든 앙증맞은 로봇 인형이 인사를 한다.

눈길을 돌리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라는 팻말 밑으로 멋진 옷과 가방을 볼 수 있다. 일반 상품화되지 못한 디자이너들의 시제품이다. '2만원'이라는 가격표는 보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아름다운 가게' 8호점인 홍대점이 지난 25일 문을 열었다. 이날 1층 매장과 2층 축하공연장은 2백명이 넘는 손님이 몰렸다. 아나운서 최은경씨의 사회로 진행된 축하공연에서는 가수 이적 등이 노래했다.

홍대점은 아름다운 가게의 두번째 특화매장. 지난 1일 개장한 서초점이 저명인사가 기증한 명품을 경매 위주로 파는 곳이라면 홍대점은 예술품 전문매장이다.

2000년 6월 복합문화공간 쌈지스페이스를 개관한 ㈜쌈지(대표 천호균)가 카페로 쓰던 건물 한 켠(26평)을 기증해 만들어졌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역임한 쌈지 스페이스 김홍희(55)관장은 "쌈지는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을 추구해왔다"며 "홍대점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입하고 젊은 작가들의 예술세계도 느껴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장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홍대점은 젊은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 및 아트상품을 기증받거나 기획전을 통해 판매수익을 올린다. 기획전을 통해 판매수익의 일부는 작가에게 돌려줘 창작열을 고취한다는 복안이다.

또 미술용품 제작 업체인 신한과 알파가 기증한 각종 화구를 비롯, 각계에서 기증받은 예술 관련 서적.음반.영상물 등도 판매한다. 특히 쌈지에서 상품화되지 못한 디자인 샘플을 전시 판매하는 가게다.

홍대점 점장인 최수란(29)큐레이터는 "나눔과 순환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재활용품을 이용한 기획전을 곧 선보일 것"이라며 "예술과 사회운동의 접목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金관장은 "쌈지 스페이스에서 숙식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작가들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외국에서 더 유명한 쌈지 작가들의 실험정신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축하공연이 끝난 뒤 오픈 기념 경매와 매장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8백여만원이나 됐다.

홍대점은 작품 및 아트상품을 판매하고 작가들과 만남도 즐길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모집 중이다. 02-3676-1004, 02-338-4236.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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