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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작한 고교무상교육 2학기 실시, 연 2조 재원 관건

중앙일보

입력

교육부는 올 2학기를 목표로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추진중이다. [뉴스1]

교육부는 올 2학기를 목표로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추진중이다. [뉴스1]

교육부가 올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 실시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전국의 고3 학생 49만 명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2·3학년, 2021년에는 전체 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간 2조 원가량 소요되는 재원 마련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실제 시행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재원 확보를 위해선 관련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여야가 대치중인 상황에서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19일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2학기부터 실시 예정인 고교 무상교육 정책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 교수·교사 등 전문가와 학부모 등이 참여한다.

 이날 주제 발표자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발제문에서 “거의 모든 청소년이 고교 교육을 받을 만큼 보편화 된 시대엔 고교 무상교육을 통해 국가의 교육적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규 숙명여대 교수도 “OECD 36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국가 경제 수준에 맞는 교육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됐다. 김민희 대구대 교수는 “기존의 지방교육재정 안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내국세 교부율을 인상해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설세훈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고 국가의 공교육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고교 무상교육의 2학기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선서중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선서중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연합뉴스]

 고교 무상교육은 제일 처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재정 확보가 어려워 계속 미뤄지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이어받았다. 당초 2020년부터 단계적 실시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하면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겼다.

 고교 무상교육은 학부모의 86.6%가 찬성(2017년 12월 학부모 1510명 조사)할 만큼 지지가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보통의 일반고 학생들은 수업료와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 등 명목으로 분기별로 평균 약 40만원을 부담한다. 연간 약 160만원이다. 올해 2학기 고3 학생 49만 명을 3900억 원, 내년 2·3학년 88만 명 1조4000억 원, 2021년 전체 학년 126만 명 2조원 이 필요하다.

 재정 확보를 위해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현재 내국세의 20.27%)를 21.14%로 늘리는 것이다. 앞서 지난 18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과거 누리과정 예산도 교육청 자체적으로 추진하다 재원 상황이 악화돼 혼란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부율을 늘려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 회장. [뉴스1]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 회장. [뉴스1]

 현재 국회에는 이와 같은 교부율 인상 방안이 법안(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으로 제출돼 있다. 그러나 교부율 인상 논의가 있을 때마다 큰 진통을 겪어왔던 것을 감안하면 재원 확보 방안이 쉽진 않다. 현재의 내국세 규모가 약 20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교육계의 바람대로 교부율이 오를 경우(0.87%포인트) 교육청 예산은 1조7000억 원가량 늘어난다.

 그러나 복지정책 등 정부의 예산 씀씀이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교육 예산만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예산만 대폭 증가시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교육자치 시대에 한번 교부율을 높여 놓으면 중앙정부의 결정이 있다 해도 다시 낮추기는 힘들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학기 실행을 위해선 적어도 올 4월까지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순조롭게 법안이 처리될지 의문이다. 국회 교육위의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에 동의하지만 갑자기 시행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긴 것은 내년 총선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며 “일반 예산을 늘리는 것도 아니고 교부율을 인상하는 문제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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