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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ㆍ폐업자에 최장 6개월 대출 원금상환 미뤄준다...연체 위기자 신속지원 도입

중앙일보

입력

오는 8월부터 실업이나 폐업 등으로 소득이 크게 줄어 금융권 대출을 연체할 위험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연체위기자 신속지원제’가 도입된다.

이런 사람들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을 받아 길게는 6개월까지 대출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아도 된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신용불량 상태로 떨어지기 전에 시간을 벌어주자는 취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8일 전북 군산의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내용의 ‘개인 채무자 신용회복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아직 연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신용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8월까지 서민금융법 시행령 등을 고칠 계획이다.

연체위기자 신속지원 대상은 최근 6개월 이내 실업자나 폐업자, 무급 휴직자, 3개월 이상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면서 대출 당시보다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경우도 신속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은 최장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대출 이자만 제대로 갚으면 신용불량자 취급을 받지 않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대출 원금을 연체하더라도 연체 정보가 신용정보회사(CB)에 통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소득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연체 발생 90일 뒤부터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유예기간 동안 300만원 넘는 대출을 추가로 받거나, 가용소득이 이자 상환액보다 많았는데 이자를 제대로 갚지 않은 경우에는 고의적인 연체로 간주해 개인 워크아웃 신청이 제한된다.

이계문(왼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경춘 서울회생법원장이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계문(왼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경춘 서울회생법원장이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개인 워크아웃 대출 중 금융회사가 아직 손실로 처리하지 않은 채권(미상각 채권)에 대해서도 최대 30%까지 원금을 깎아주는 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가급적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이다.

통상 은행 등 금융회사는 연체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채권회수가 어렵다고 보고 장부상 손실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회사가 손실 처리를 하지 않은 채권에 대해선 개인 워크아웃 결정이 나와도 원금감면을 받을 수 없었다.

앞으로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미상각 채권의 원금감면을 해줄 때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기재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세법 개정에 대한 부처간 협의가 이뤄지면 그 내용에 맞춰 신용회복위원회의 협약도 고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개인 워크아웃 대출 중 금융회사가 이미 손실로 처리한 채권(상각 채권)에 대해선 원금감면 비율을 최대 70%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최대 60%)보다 원금감면 비율이 10%포인트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원금감면 최소 비율은 현재 30%에서 다음 달부터 20%로 축소된다. 더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갚고,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덜 갚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오는 6월부터 생계ㆍ의료급여 등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장애인연금 수령자에 대해선 최대 90%까지 원금을 깎아주는 특별감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에 대해선 최소한의 상환 의지만 확인되면 남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노인일자리박람회 게시판.

노인일자리박람회 게시판.

70세 이상 고령자 중에선 재산과 소득 기준을 따져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최대 80%까지 원금을 깎아준다.

최준우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채무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에서 대출 원금을 깎아주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곳곳에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뒀다”며 “금융회사도 채권 회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채무조정으로 손해를 보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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