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규제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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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는 신용카드사들이 현금대출 비중을 전체 업무의 50%까지로 줄여야 하는 기간을 2007년 7월 말로 3년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현재는 내년 말까지 현금대출과 신용판매 비율로 50대 50으로 맞추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카드사에 대한 적기 시정조치 근거로 삼고 있는 연체율 기준(총 채권의 10%) 하향을 포함한 적기 시정조치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현재 9조원인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발행 한도를 14조원으로 5조원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카드사 규제 완화 및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정보통신부.농림부.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금융감독위원장.공정거래위원장.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 기한을 늦추는 한편 연체자의 원리금을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은 현금서비스 범위에서 제외키로 했다.

金부총리는 "카드사들이 시한에 쫓겨 현금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바람에 신용불량자 양산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카드사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상적인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규제를 조금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감위가 카드사 경영 상황과 연체율 현황 등을 고려해 적기시정조치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전체 업무의 70%(58조원)에서 올해 1분기 64.9%(58조원)로 줄었다가 2분기에 67.9%(53조원)로 다시 늘어났다. 현금대출의 절대 규모는 줄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신용판매 감소 폭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에 따라 현금대출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객들에 대한 현금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자칫 2001년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 내수를 부추겼던 우를 다시 범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현금대출 규제를 풀어준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과거처럼 무턱대고 현금대출을 늘리지는 않겠지만 경영관리 감독에서는 벗어난 만큼 수익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환대출을 현금대출에서 제외시킨 것은 숫자놀음일 뿐 결국 카드사의 부실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 대금 연체자의 원리금을 장기대출(3~5년)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 규모는 2002년 말 7조원에서 10조6천억원(2003년 3월)→13조6천억원(6월 말)→15조7천억원(8월 말)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 중 상당 금액이 연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0% 내외인 것으로 발표되지만 이는 대환대출을 제외한 것"이라며 대환대출을 포함시키면 연체율은 30~40%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송상훈.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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