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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안뽑아·임신 계획은?”…면접장서 나온 성차별 질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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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송봉근 기자

채용 이미지 사진.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송봉근 기자

“여성은 뽑을 수 없다”

“결혼과 임신 계획이 있느냐”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에 신고된 성차별적 발언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해온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성차별 신고 사례를 14일 공개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약 5개월간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성차별 신고 사례는 모두 122건으로, 이 가운데 채용 성차별이 63건(51.6%)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채용을 기피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신고 사례에 따르면 여성 A씨는 기업 채용 면접에서 결혼과 임신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직접적인 질문이 아니더라도 출산, 육아 휴직을 쓰고 퇴사하는 직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에둘러 묻는 경우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대놓고 여성을 제외한 사례도 있었다. 모 신협은 채용 과정에서 ‘여성은 뽑을 수 없다’고 안내했고, 모 반도체 기업 역시 채용 공고에 ‘자격 요건 우대 사항: 남자’로 명시해 노동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 밖에도 카페 바리스타, 도청 청원경찰과 청원산림 보호직 채용 대상을 '남자 군필자' 또는 '남성'으로 제한한 경우도 있었다.

결혼과 육아를 이유로 퇴사를 권유한 기업도 있었다. 한 기업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주느라 늦었다”는 여성 직원에게 “회사를 그만 둬라”는 말을 했고, 또 다른 사업주는 입사 전 결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여성 직원에게 “당초 기혼자는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며 퇴사를 권유했다.

성차별은 사내 승진과 교육배치 등에서도 나타났다. 업무와 무관한 행사·사무실 청소 등을 여성 직원에게 강요하거나 여성 직원에게 비서직 업무를 맡긴 기업도 신고 사례에 포함됐다.

임금 인상 폭에 차별을 두는 바람에 어느 정도 직위 이상이 되면 직군에 따라 성별이 갈리는 기업도 발견됐다. 임금 인상이 높은 직군에 남성만 배치하고, 여성은 임금인상 폭이 작은 직군으로 유도한 것이다. 노동부는 이 사업장에 대해서는 자율 개선 지도를 하고 고용 평등근로 감독 대상을 관리하기로 했다.

이처럼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외에도 승진과 교육·배치(33건), 임금(26건), 정년·퇴직·해고(22건) 순으로 성차별 사례가 집계됐다. 한 사례가 여러 범주에 중복된 경우도 있다. 신고 사례에 대한 노동부의 조치는 행정지도(53건), 진정 사건으로 전환 조사(5건), 사업장 근로 감독(3건), 단순 질의 등 종결(45건) 등이었다.

나영돈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고용 성차별을 예방하고 뿌리 뽑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의 제보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익명신고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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