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전드’ 차범근의 제언 “이강인 축구대표팀 발탁 주저 마라”

중앙일보

입력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사를 전하는 차범근 감독. [연합뉴스]

제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사를 전하는 차범근 감독. [연합뉴스]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대표팀에서 뛰며 경험과 자신감을 쌓으면 숨어 있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레전드 차범근(66)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유망주 발탁을 통한 A대표팀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차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31회 차범근 축구상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유럽에는 어느 팀에나 18~19살 정도의 어린 선수들이 1군에 포함돼 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피 발탁’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이강인(18ㆍ발렌시아)에 대해서도 차 감독은 “(A대표팀에) 뽑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차 감독은 어린 유망주를 A대표팀에 발탁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자신을 언급했다. 차 감독은 19살이던 1972년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고, 경험을 쌓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차 감독은 “A매치 데뷔전에서 내가 골 욕심에 무리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에게 볼을 빼앗겼고, 결국 역습을 거쳐 실점했다. 결국 우리나라가 1-2로 패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설명한 뒤 “실수에 대한 선배들의 꾸중도 격려도 모두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차 감독은 현역 시절 A매치 136경기에 출전해 58골을 터뜨리며 특별한 발자취를 남겼다.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 12명들이 차범근 감독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며 꽃가루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차범근 축구상 수상자 12명들이 차범근 감독에게 공로패를 전달하며 꽃가루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19살이던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안정환(은퇴), 고종수(대전 감독) 등 젊은피를 최종엔트리에 과감히 포함시켰다.

차 감독은 “어린 선수가 몸 안에 갇힌 잠재력을 밖으로 끌어내면, 말 그대로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다”면서 “어린 선수를 뽑기 주저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표팀의 문을) 좀 더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감독이 이강인을 비롯한 유망주들의 A대표팀 발탁을 주장한 게 젊은 피 위주로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성용과 구자철이 나이 서른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언급한 그는 “두 선수 모두 한국 축구와 유럽 축구를 모두 경험한 세대다. 어려서부터 유럽 무대에서 성장한 젊은 선수들과 국내에서 경력을 쌓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서른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이후 6년을 더 뛰었다”면서 “선수 생명이 더욱 길어진 요즘, 서른은 노장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어린 선수들의 알찬 성장을 위해서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