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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대우 "식량안보 책임진다"...우크라이나 곡물 기지 확보

중앙일보

입력

유리 부드닉 오렉심그룹 회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왼쪽부터). [사진 포스코대우]

유리 부드닉 오렉심그룹 회장과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왼쪽부터). [사진 포스코대우]

포스코대우가 미래 '식량파동'에 대비해 해외 전진기지를 마련했다. 포스코대우는 13일 우크라이나 물류기업 오렉심그룹과 흑해 남부 최대 수출항에 있는 곡물 터미널 지분 75%에 대한 인수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해외 곡물 기지 투자는 처음이다.

포스코대우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터미널을 '식량안보'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은 쌀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이 10% 미만인 나라다. 밀이나 옥수수 등 곡물의 자급률은 한해 1~2%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밀 500만t, 옥수수 1000만t을 포함해 곡물 1600만t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전 세계 작황에 따라 언제든 심각한 수급 불안정에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우크라이나의 식량 생산량은 2007년 4000만t에서 2017년 7700만t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수출량은 같은 기간 850만t에서 4300만t으로 약 5배 늘어 신흥 식량자원 수출 강국으로 꼽힌다. 과거 러시아의 곡창지대 역할을 한 우크라이나에 자본이 몰리며 곡물생산 개혁이 일어난 덕분이다. 특히, 옥수수와 밀 수출은 각각 전 세계 4위, 6위를 점할 정도로 곡물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7년 약 7500만t의 곡물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 확보로 전 세계 곡물 작황 위기에도 안정적인 재고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7월 준공을 앞둔 미콜라이프항 곡물터미널은 연간 250만t 규모의 곡물 수출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체 곡물 중 90% 이상이 흑해 항만을 통해 수출되고 이 중 최대 물량인 22.3%가 미콜라이프항을 거친다.

이은수 해외농업자원 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은 전 세계 5위 안에 드는 곡물 수입국이면서도 해외 식량 인프라는 전혀 없는 나라"라며 "흑해를 가진 우크라이나는 시장경제 도입 후 생산량이 증가해 전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부상한 나라로 한국 민간 기업의 현지 곡물 터미널 투자는 미래 '식량안보' 문제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곡물 주요 수입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해외 전진기지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1978년부터 일본-브라질농업개발주식회사를 합작 설립해 세하두(Cerrado) 지역 35만ha에 이르는 땅을 대두 수출 전진기지로 개발했다. 이른바 ‘세하두 지역 개발 프로그램’이다.

중국은 2016년 2월 국영기업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가 스위스의 씨앗·농약업체 신젠타를 430억달러에 인수했다. 글로벌 농산물 물류 역량 확대, 해외 식량 구매 및 소유권 확보 등 '식량굴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연 1500만t을 취급하는 한국 최대 식량자원 기업을 목표로, 농장·가공·물류·인프라에 이르는 식량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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