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압군-대항군 교전…공포의 북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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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호텔 완전 소등·대피 지시>
○…6일 밤 11시 45분쯤부터 천안문외곽 동편 4km 지점인 건국문으로부터 장갑차·탱크 등 10여대의 호위 속에 계엄군을 가득 태운 트럭 30대와 경계태세를 갖춘 군을 태운 트럭 20여대가 동장안가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이 이동은 사전에 동장안가 호텔들에 통보된 듯 호텔 측은 완전소등과 외부관찰금지 및 대피요령 등을 약1시간 전에 투숙객들에게 안내서를 돌렸으며 6층 이상 투숙객들은 안전을 이유로 낮은 층으로 옮기도록 했다.
계엄군은 이동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으며 건국호텔 앞에서 30대로 보이는 시민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것이 목격됐다.
【북경=박병석 특파원】

<담배 건네주며 손 흔들어>
○…6일 새벽 38군 병력이 북경시 서부지역에 모습을 나타내자 수천 명 시민들이 이들을 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으며 시민들은 군인들에게 담배를 건네주거나 손을 흔들었다.
군인들 옆에 있던 30세 가량의 한 남자는 『27군은 악당들이지만 28군과 38군은 인민의 군대』라고 외치기도.
○…6일 저녁 북경시 서부지역에서 숫자를 알 수 없는 시민들이 계엄군으로부터 무기를 탈취, 군사박물관에 주둔해 있는 군인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목격자들이 전언.
목격자들은 군인들이 무장시민에 대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것을 요구했으나 시민들이 이에 불응, 교전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현재 북경에는 상당수의 시민과 학생들이 계엄군으로부터 빼앗은 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탱크에 화염병 투척>
○…6일 북경시내 서쪽에서 동장안가로 진입하던 탱크 6대, 트럭 49대, 장갑차 7대로 구성된 군이 길에 나와있던 시민들의 머리위로 총격을 가했다.
시위대들은 군인들이 부근 공로의 고가도로를 넘기 직전 탱크 1대를 향해 2개의 화염병을 투척, 탱크에서 화염이 치솟기도.
한편 탱크를 따르던 군인들은 기관총으로 인사했으나 시위대가 총에 맞았는지 여부는 미확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북경 시민들은 군의 기관총 사격을 무릅쓰고 탱크가 허물어 버린 바리케이드를 다시 세우고 있었으며 일부에서는 화염병을 만들기도.
강제 진압한 군에 대한 증오심은 많은 시민들을 일치단결시켰는데 한 노인은 북경 시민들이 일찍이 이같이 단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촬영엔 사살" 경고>
○…중국 계엄당국은 6일 오후부터 외국인이 시위현장을 사진 촬영할 경우 무조건 사살될 것이라고 경고.
북경 주재 미대사관 직원들은 군 당국으로부터 천안문 광장 부근에서 카메라나 쌍안경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은 군인들의 사격을 받을 것이라는 통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등 사망설은 유언비어">
○…중국 관영TV는 6일 등소평 사망설이 「완전한 유언비어」라고 발표. 그러나 이 TV는 사망설을 확실히 부인하지는 않았으며 등의 건재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시사가 없었다.
서방측 외교관들은 등이 현재 와병 중으로 북경 교외 모처에서 치료중이라고 전언. 그러나 등이 앓고있다는 병명에 대한보고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CCTV는 이날 저녁뉴스 시간에 화면 없이 대만 TV와 라디오가 등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고 보도.
이 TV는 『그들의 목적은 인민들의 파괴행동을 부추켜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등의 와병설은 그 동안 여러 차례 알려진 사실. 등은 청각에 이상이 있으며 과로로 인한 쇠약상태에 있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그밖에 심각한 병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었다.

<조·만리 아들 북경 탈출>
○…연금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자양 중국당 총서기의 아들 조대군과 만리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아들 만백 등이 5일 낮 군용기 편으로 북경을 탈출, 광주에 도착했다고 6일 홍콩의 동방일보가 보도.
조대군은 북경에 피신해 있다가 진기위 국방부장의 세력하에 있는 38군의 도움으로 만백과 공안부장 왕방의 아들과 함께 38군이 제공한 군용기 편으로 북경을 탈출했다는 것.

<「왕단」 총검에 찔려 숨져>
○…천안문 광장의 민주화 시위를 주도하면서 중국 학생운동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던 북경대학 자치연합회장 왕단(21·북경대 역사학1)군이 5일 북경의 동인병원에서 총검에 찔린 시체로 발견됐다고 홍콩의 동방일보가 6일 보도했다. 【북경=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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