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천안문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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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경=박병석 특파원】 북경 천안문 광장에 주둔 중이던 27군 병력 수천 명이 7일 오전 10시부터 외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관계기사 3, 4, 5, 6면>
한 대에 20명 가량의 계엄군을 태운 3백∼5백대의 트럭으로 이동중인 계엄군은 천안문 동쪽의 동장안가를 따라 이동하며 옆골목에서 「리펑」(이붕) 타도 등을 외치는 군중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외국인거주 아파트 건물을 향해 발사하기도 했다.
이동 병력 규모로 보아 임무 교대가 아니고 작전 배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계엄군은 군가를 부르며 『인민을 보호하자』 『관리의 부패를 추방하자』 『수도를 지키자』고 외쳤으며 『부패를 추방하자』는 구호는 골목길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계엄군 선봉대로서 피의 학살을 주도한 27군과 이에 반발하는 38군 등이 6일 오후 및 7일 새벽 북경시 중심 및 외곽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등 군끼리의 충돌이 격화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27군과 38군은 6일 오후6시부터 천안문에서 서쪽으로 6km 떨어진 복흥문로에서 치열한 총격전을 벌였으며 이날 오후 9시쫌 복흥문에서 다시 총격전을 벌였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또한 이날 오후 11시쯤부터 천안문 광장 동쪽 1km 지점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였으며 이 전투는 새벽에도 간헐적으로 계속됐다고 복수의 소식통들이 말했다.
홍콩의 명보는 38군, 28군, 64군 등이 이미 시중심으로 진격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학살을 주동한 27군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자오쓰양」(조자양) 총서기에게 충성하는 심양의 64군이 북경에 출현했으며 그 병력 수는 약2만 명에 달한다고 말하는 한편 6일 오후 북경 서부에서 12발의 포성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북경 AP·로이터·AFP=연합】 민주화 시위에 대한 당국의 유혈진압 이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 사태는 6일 밤 현재 계엄군과 그들의 대학살에 반발해 북경 일원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온건파 군대간에 교전이 계속됐다.
소식통들은 앞서 실각한 것으로 전해진 「자오쯔양」(조자양) 당 총서기를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8군이 이날 오후 북경 서부지역에서 국가주석 양상곤계외 27군과 탱크 및 자동화기 등을 동원한 충돌을 벌였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교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계엄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38군도 이날 밤 시민들이 열렬히 환영하는 가운데 서부지역에 포진했으며 이 부대의 한 병사는 27군에 의해 공격받았다고 전함으로써 양측이 교전 상태에 있음을 확인했다.
유혈사태에 반발, 북경 일원으로 진입한 부대는 이밖에도 심양주둔 40군과 64군 등 모두 4개 부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무성 관리들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북경 일원에 모두 30만∼35만의 병력이 집결해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군사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 계엄군과 온건파 부대가 본격적인 내전에 돌입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정부 대변인 「유옌무」(원목)는 이날 유혈참극 이후 처음으로 TV에 등장,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의 군인을 포함, 모두 3백여 명이며 부상자의 경우 민간인 2천 명을 비롯한 7천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 시중에 나돌고 있는 최고 1만 명의 사망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중국 TV는 이날 원목의 발언이 나온 것과 때를 같이해 내몽고·사천·상해 등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4개 지역의 지도자들이 계엄군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는데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는 군부는 물론 이 나라 장래에 심각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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