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자금 전달 방법 이젠 여행용 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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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부채 탕감 로비와 관련해 김동훈(58)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가 로비 대상자들에게 돈을 전달할 때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구속된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이정훈 전 캠코 자산유동화부장, 김유성 전 대한생명 감사는 모두 5000만원씩 든 여행용 가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감사는 5000만원씩 두 번, 총 1억원을 같은 상표의 가방을 통해 받았다. 세 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도 세 번 모두 이 가방으로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 캐피탈 사장도 김씨에게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로비자금 전달을 위해 샘소나이트 여행용 가방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김씨는 액수에 맞춰 서로 다른 크기의 가방 2~3종을 이용했다. 검찰은 김씨 집 압수수색에서 빈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에 넣은 로비자금을 대부분 사무실에서 전달한 것도 특징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특정 브랜드의 여행용 가방을 이용한 것은 사과박스 등에 비해 운반하기 좋고 가방 자체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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