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시댁 식구들과 여행 비용 추렴, 일 분담…머리 아프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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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다 재미없다. 처음부터 '재미있게 놀아보자. 미친 척해 보지 뭐'라고 마음먹는다.

'자원봉사라고 생각하자'는 태도도 바람직하다. 김영숙 가정문화원 원장은 "자원봉사라는 게 굉장히 묘해서 처음엔 아무 감정 없이 시작했더라도 나중엔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며 "대가족 여행도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남 돕는다는 생각으로 출발하라"고 조언했다.

중.고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 이현주(45)씨는 "좀 귀찮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 돈 눈치 안 보게 한다

돈 문제, 일 문제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밥은 누가 사나, 입장료는 누가 내나 등을 그때그때 분위기 따라 결정하다 보면 돈 많이 쓰는 쪽 기분이 상하기 십상이다. 지난여름 오빠 가족과 함께 설악산에 다녀왔다는 황모(38)씨는 "점심식사 값을 오빠가 내서, 기념품인 건어물 세트는 우리가 샀는데 그 비용이 밥값보다 훨씬 비쌌다"며 "속 좁은 것 같아 표현을 못 했지만 생색도 안 나고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고 말했다.

따라서 돈 낼 때마다 눈치 보는 일은 원천봉쇄하는 것이 해법이다. 해마다 친정 식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김미정(42)씨는 "일단 큰언니 카드로 모든 지출을 다 하고 돌아와 정산해 각 집에서 똑같이 나눈다"고 말했다. 주부 오민경(40)씨는 "우리집과 시숙.시누이 가족이 매달 각각 10만원씩 내 여행 경비를 충당한다"고 밝혔다.

일 문제도 원칙이 필요하다. 특히 식사 준비가 갈등의 씨앗이 되는 일이 잦다. "좀 각박해 보이긴 하지만 '밥은 매끼 사먹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화목한 가족여행의 비법"이란 게 경험자들의 말이다.

# 말을 포장한다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자기 속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나친 솔직함'은 금물이다.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기분도 망친다. 말을 말쑥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마음속으로는 '지난해에도 밥순이만 하다 왔는데 또 가자고? 아, 열받아'란 생각이 들더라도 능청스럽게 "어머니, 모처럼 여행 가는데 이번엔 여자들도 한번 놀아볼까요?"라고 얘기하는 게 현명한 처사다.

내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도 필수다. 특히 한 부모 가정 자녀들에게 "아빠는 자주 만나니?""애만 불쌍하지" 등 한 부모 가정을 문제 가정으로 취급하는 말은 금물. 또 여행 준비를 총괄한 사람 앞에서 "호텔이 별로다""음식이 맛없다" 등 불평은 늘어놓지 말자. 아이 성적이나 부동산 가격 등을 비교하는 언행도 삼가는 게 좋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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