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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 마다한 故 윤한덕…그 옆엔 남루한 간이침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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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 마다하고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 윤한덕 센터장 추모 발길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윤 센터장은 전남의대 졸업 이후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밤낮없이 환자를 돌봐왔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2019.2.7/뉴스1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윤 센터장은 전남의대 졸업 이후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밤낮없이 환자를 돌봐왔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2019.2.7/뉴스1

"연봉이 훨씬 많은 임상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한국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의사입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윤한덕(51)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이렇게 회고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4일 오후 6시쯤 NMC 센터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 부검에서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심장사' 소견이 나왔다. 심장혈관이 막히면서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권용진 단장은 NMC 기획조정실장으로 윤 센터장과 오래 같이 근무했었다.
 윤 센터장은 설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지만, 설 연휴가 시작된 주말 내내 연락이 두절됐다. 윤 센터장의 부인이 4일 병원을 찾았고, 센터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외상의료·재난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일을 해왔다. 일이 너무 많아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많았다. 센터장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자는 경우가 많았다. 주변에서 "일 좀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라"고 권유한 적이 한 두번 아니라고 한다. 윤 센터장은 평소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이번에도 가족들이 그런 줄 알았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센터장의 순직을 추모한다”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설 연휴에도 고인에게는 자신과 가족보다 응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다”며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윤 센터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숭고한 정신 잊지 않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윤 센터장은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했다. 그때부터 앞만 보고 달여왔다. 보건복지부의 수족이 돼 '권역-지역-일반응급센터' 3단계 체계를 만들었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체계를 만들어서 실제로 평가했고, 재난 응급 체계 구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응급의료 전반에 관여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동료 의사는 "'외상환자 분야는 이국종, 응급은 윤한덕'으로 불릴 만큼 윤 센터장이 응급의료 체계 선진화에 기여했다"며 "워낙 업무가 많아서 낮에는 회의를 주로 하고, 밤에 남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집에 잘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의료 수준을 높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의료계 사이에 낀, 쉽지 않은 자리다. 그런데도 높지 않은 보수를 받고 17년 그 자리를 지켜온 점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과중한 업무처리에 한계를 느껴 지난해 말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고 '그만둔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응급의료와 관련한 다른 자리로 옮기고 싶어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동료 의사는 "윤 센터장을 대체할 인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정책과장은 "지난달 29일 윤 센터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까지 서울외상센터를 어떻게 관리할지 회의를 했다"며 "일에 대한 열정이 너무 많아 야근과 주말 근무를 자주 했고,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영결식은 국립중앙의료원장으로 10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센터장 집무실서 숨진 채 발견 #문재인 대통령 "남루한 간이침대 가슴 아파" #작년 말 센터장 내려놓으려 했으나 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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