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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식인 226명 “식민지배 반성·사죄 바탕 한·일관계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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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한·일, 북·일 간의 상호이해, 상호부조(扶助)의 길로 나아가자.”

“현재 양국 간 비정상적 대립 지속 #일본, 징용배상 진지한 대처 필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 지식인 226명이 일본 정부에 현재 한·일 간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와다 교수 등 지식인 대표 6명은 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중의원 제2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일본 시민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북·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이런 정신에 입각해 한국·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일본의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등 3당 연립내각을 이끌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태평양전쟁 패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것이다. 당시 담화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아시아 제국(諸國)의 사람들”에게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하며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다.

‘간 총리 담화’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시절인 20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 100년을 맞아 발표된 것으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와다 교수 등 지식인들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웃 나라로, 서로 협력해야만 양국에 사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관계”라며 “이제는 일본과 대한민국, 일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사이에 남은 모든 문제를 무라야마 담화와 간 담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성실히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과거 25년간 여러 노력을 해 왔지만 현재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징용공’ 배상 문제와 관련해 “전시 노무동원 피해자가 큰 문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층 더 진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일본 정부에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신속히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올해로 발표 100주년을 맞는 3·1 독립선언문을 인용하면서 “일본에 병합되어 10년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선 민족은 이날 일본인들에게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며 “이제 우리들은 조선 민족의 이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동양 평화를 위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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