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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무분별한 꾸중도 "비행의 씨앗"|여름캠프등 보내 친구사귀도록 하는게 바람직|청소년 성범죄|내성적인 성격서 싹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 중학생이 국민학교여자어린이를 살해하고 여러명을 성폭행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 일부 청소년들의 정신병리현상이 어느방향으로 치닫고 있는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고려병원 이시형박사(신경정신과장)는『청소년 성범죄자들은 겉으론 용감해보이나 실은 지극히 내성적이며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없고 열등감·소외감에 휩싸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1년전 이 중학생을 진료한 적이 있는 이박사는『신경정신의학적으로 뇌파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보이고 심리검사에서 자포자기·자신감 상실을 나타낼 경우 각종 비행에 빠질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이 학생은 교우관계등에서 말썽을 일으켜 입원치료를 받다가 부모의 판단에 따라 중도에 퇴원, 다른 병원에서 외래진료만 받았다는 것.
이박사는『성범죄·비행등은 사회의 병리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범죄는 도시화·산업화의 진전에따라 형성되는「아노미(몰가치)사회」「익명사회」에서 독버섯처럼 싹트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대개 집성촌인 농촌에서는 서로 잘알기 때문에 범죄·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도시로 원정나오는 사례들이 이를 반증한다는 것.
서울대의대 조수철교수(소아정신과)는 『성도착증에서 보이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약간씩은 있게 마련』이라고 밝히고 『문제는 충동심을 억제하는 능력의 결핍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조교수는 ▲어린이가 잘못을 저질렀을때 부모중 한쪽은 나무라고 한족은 두둔하는 행위▲부모의 기분이 나쁘면 잘못된 일이 없는데도 야단치는 무분별한 행동등은 어린이들의 가치관을 올곧게 하지못해 비행의 씨앗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박사도 청소년비행의 예방에 있어서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간의 연령차가 크고 생활시간대가 각기 다르며, 극히 이질적인 집단인 가정의 대화·상호이해등 원만한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또 주택가에까지 독버섯처럼 밀려들어오는 향락산업·도색영화·비디오·잡지와 향락적 외국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이제는 정말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학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성폭행의 희생물로 삼는 것은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페도필리아(pedophilia:소아기호증)와 같은 성도착증이 촉발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 한다. 성 범 죄 는▲자기 또래의 이성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미발육된 어린이에게 고통을 주는 새디즘(타학성) ▲발각되면 평생을 망친다는 스릴에 깃든 자학성이 섞여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이같은 성범죄의 실질적인 예방대책으로 여름캠프·디스코테크·보이스카우트·무전여행·등산등을 활성화, 대인관계를 배우게 하고 성적충동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수 있다고 권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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