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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의보 의약분업·수가인상폭에 "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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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7월1일 도시지역 의료보험 시행과 함께 맞게 되는 「전국민 의보시대」를 꼭 한달 앞두고 의약분업과 의료전달체계등 의료질서 개편과 의보수가 조정작업이 극심한 진통속에 진행되고 있다.「의약계의 3대 현안」으로 불리는 이들 작업은 이해당사자의 입장대립과 촉박한 준비기간으로 인해 어쩌면 「전국민 의보시대」의 순조로운 출발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나라 의료보장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될 전국민 의보시행에 앞서 당국과 의료계가 「적은 비용으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 이들 현안을 슬기롭게 풀었으면 하는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한천수기자>
의약분업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지난 27일 부산시내 약국들의 돌연한 일제휴업은 연초부터 내연되어왔던 의약분업안에 대한 의사·약사 단체의 대립이 단체행동으로 표출된 것이었다.
의사·약사간의 의약분업 논쟁은 60년대부터 계속되어 왔으나 전국민 의보 시행으로 국민들의 의료이용 형태가 크게 전환되리라는 전망에 따라 이번의 분쟁은 직능영역확보를 위한 생존권의 싸움으로까지 발전됐다고 할수 있다.
의약분업은 의사의 진단-처방과 약사의 조제-투약을 구분, 국민들에게 약의 오·남용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
그러나 의사의 임의투약과 약사의 임의조제가 관행으로 굳어진 우리 현실에서 이를 강제적으로 분업화하기엔 상당한 난관이 뒤따르고 있으며 실제로 84년 목포시에서의 시범사업에서도 극심한 진통을 겪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말 보사부 국민의료정책심의회가 점충안으로 제시한 방안이 「보험내 부분분업안」.
이는 현행 의사 임의투약및 약사 임의조제 관행을 그대로 인정하되 의원급과·치과의원·보건소·보건지소를 분업대상으로 하고 약국을 의료보험 요양취급기관으로·지정,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할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경감시킨다는 내용이다.
완전분업 대신 임의분업형태의 부분분업 절충안으로 택한 것은 현재의 의약관행을 깨는데 따르는 충격과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환자의 금전적인 이익을 유인책으로 하여 의사의 처방전 발행을 유도, 앞으로 2단계의 강제분업으로 이행토록 한다는 것이 보사부의 복안이다.
보사부는 이같은 부분분업안에 대해 의사·약사단체가 4월말까지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행한다고 했으나 대한의학협희(회장 김재전) 와 대한약사회 (회장 김명섭) 측은 절충안에 대한 반대 입장엔 일치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보사부의 절충안 강행에 대해 실력행사로 맞서고 있는 약사들의 쟁점은 현재의 의료관행으로 보아 임의분업 상황에서 의사의 처방전 발행이 보장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대한약사회 권경곤 부회강은『전국민 의보가 시행되면 국민들의 약국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게 분명한데 의사의 처방전 발행을 보장받지 못하면서도 1만5천여종의 보험약품을 준비해야 하는 의무만 갖게 되는 약국들은 도산위기를 맞을 것』 이라며 약사의 전문직능과 생존권 확보를 위해 최소한 처방전 의무발행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재의 절충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발정도가 약한 의사들은 의약분업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부분분업에 반대하며 우선 보험외 분업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학협회 김재전 회장은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는 치료제 자유 판매를 규제하는 것인데 최소한 항생제·호르몬제·향정신성 의약품등 3개 품목만이라도 약사의 임의조제가 금지되어야 한다』 며 특정단체의 편익을 위한 분업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측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6월8일과 9일 전국 약국이 일제히 휴업하는등 실력행사를 본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와 약사의 분쟁이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할지라도 국민 건강의 측면에서 「밥그릇싸움 때문에 국민들만 피해를 본다」 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해결점 모색이 요청된다.
수가조정
의료기관의 의료보험 진료행위에 대한 급여기준 마련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수가인상폭에 대한 엄청난 견해차가 노출되며 조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전반적인 공공요금인상 억제방침을 고수하면서도 의보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은 7월1일 도시의보 실시로 병·의원의 일반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와 물가·인건비등의 인상요인 때문.
그러나 인상폭에 있어서 대한의학협회는 30·5%, 대한병원협회(회장 노경병)는 26·5∼27·7%를 요구하는 반면 보사부는 15%, 경제기획원은 10%이내를 고려하고 있다. 보사부는 의료기관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입장인 반면 경제기획원은 수가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한자리수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의료계는 현재의 의보수가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의료기관 경영이 「한계상황」 에 와있다고 주장, 수가인상보다는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가인상률 26·5 (종합병원)∼27·7%(병원)를 요구한 병원협회는 『지난해 2월1일 12·2%를인상한 현재의 의보수가는 의료계의 24% 인상요구를 절반만 반영한 것으로 당초부터 올해엔 17%이상의 추가 인상요인을 안고 있었다』 고 주장하며 『그동안의 물가와 인건비 인상을 감안할때 26% 이상의 인상요구는 무리가 없는 것』 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수가조정에서▲야간및 휴일 적용시간및 가산율 현실화▲주사료의 실횟수 적용▲15일이상 입원한 경우의 환자관리료 체감제 폐지등 진료비 산정지침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당국은 의사를 포함한 병원종사자의 보수가 높고 인건비 상승분의 상당부분은 경영개선을 통해 흡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의보수가 27% 인상은 당장 소비자물가에 1·2%의 상승요인이 된다고 지적, 10%미만의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
의보수가는 국민의 보험료및 의료비·의료공급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정확한 계산에 의해 적정의 인상폭이 결정되어야 한다.
전달체계
전국을 생활권 중심으로 1백40개 중진료권과 8개 대진료권, 3차 진료기관 (21개 5백병상 이상 병원및 4백병상 이상 병원중 희망하는 병원) 으로 구분, 일정한 단계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
이는 의료기관의 효율적 이용과 특정 종합병원에의 환차 집중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해진 단계를 거치지 않읕 경우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등 환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모든 의료기관 이용자는 시 또는 시·군 통합, 군단위로 설정된 소속 중진료권의 병·의원과 3차 진료기관을 제외한 종합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은뒤 경인·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경북·경남등으로 설정된 대진료권이나 3차 진료기관에서 2차 진료를 받는다.
2차 진료를 받으러면 1차 진료기관의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특히 타대진료권의 3차 진료기관을 이용하려면 소속 의보조합의 보험자 확인서가 있어야 된다.
다만 경인대진료권에 소속된 제주도는 전남대진료권에도 동시에 포함되도록 했고, 5백병상 이상의 병원이 한곳도 없는 충북대진료권의 경우 타진료권의 3차 진료기관을 이용할때 진료의뢰서만으로도 가능토록 했다.
또 3차 진료기관의 1차 외래진료는 보험적용에서 제외되지만 가정의학과와 재활의학과·안과· 이비인후과·피부과·치과등 6개 진료과목은 예외로 지정, 환자의 편의를 돕도록 했다.
이같은 의료전달체계의·문제점은 지역간 의료기관 배치의 불균형과 3차 진료기관의 외래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압축되고 있다.
전국 병·의원의 62%, 병상의 52%, 의사의 68%가 5대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의사·약사 없는읍·면이 7백50여개 지역, 정형외과·피부과등 전문의가 없는 읍·면이 1천4백50개 지역이나 되는 현실을 감안할때 의료기관 중심이 아닌 지역 단위로 묶은 전달체계가 오히려 환자의 불편과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병원재정의 35∼40%에 해당하는 외래환자 진료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3차 진료기관은 입원료와 가산율등의 인상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환자의 부담증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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