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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진정성과 내로남불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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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호 31면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충분히 문화재로 보호할만한 근대건축유적이고 잘 조성해놨더군요.” 11월에 목포시와 문화재청이 주최한 목포 기자단 투어를 다녀온 후배가 말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일정에 없던 창성장 투어가 갑자기 생겼고, 그 바람에 원래 일정인 고하도 충무공 유적 투어가 늦어져 항의하는 기자들이 나왔어요.  이제 보니 창성장이 손혜원 의원 조카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네요?”

“손 의원은 공직자로서 공익과 사익 구분을 안 하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라고 며칠 전 만난 공예 전시 기획자가 말했다. “공예 쪽 사람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합니다. 직접 수혜 입은 사람들이야 감싸겠지만요. 손 의원이 문화재에 애정 많은 건 인정해요. 문제는 자기가 애정 있는 분야만 챙기며 그걸 위해 다른 분야에 피해가 갈 정도로 예산, 인력 등에서 압력을 넣고 다닌다는 겁니다. 본인은 압력 아니라 제안이라 하겠죠.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집요한 제안이면 그게 압력 아닙니까? 게다가 자기가 한 투자, 자기 지인이 얽힌 문제잖아요? 공사구별 안 할 거면 공직자를 하지 말아야죠?”

그럼에도 손 의원은 ‘진정한 문화재 사랑 vs 투기 목적’ 프레임을 내세워, 자신은 진정성 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 ‘진정성이냐 투기 목적이냐를 떠나서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다’라는 지적에는, 이익을 보려 한 게 아닌데 무슨 이해충돌이냐고 반박한다. 이해충돌 방지의 뜻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공직자는 공무 중에 설령 좋은 의도라도 자신의 사익과 연결돼 공정성과 충돌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미리 피해야 한다는 게 이해충돌 방지 의무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진정성’을 정당함의 근거로 삼는 것은 결국 ‘내로남불’로 이어진다. 손 의원은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해 “돈 벌러 나온 것” “공익제보자 행세” “사기꾼”이라고 썼다. 그런데 자신이 “문화재 애호가 행세하는 투기꾼”으로 몰리는 건 너무나 억울하단다. 내로남불의 논리는 나는 진정 사랑해서 로맨스고 남은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에 불륜인데, 그럼 남의 진정성은 무슨 근거로 의심하냐 하면 ‘몰라,  아무튼’이다. 이렇게 ‘진정성’이라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잣대로 사안을 판단하다 보면, 어이없는 내로남불만 성행하게 된다. 진정성은 어차피 증명이 어려워 판단 근거가 되지 못한다. 중요한 건 공사를 구분 못 하는 사람은 공직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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