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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기구」설치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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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각종 의료사고로 환자의 피해가 속출하는데다 이의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을 마련해 주는 공정한 심의·중재기구가 없어 환자가족과 의료인간의 분쟁이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 같은 분쟁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시민토론회를 최근 프레스센터에서 가졌.
이 자리에서 정광모연맹회장은 이 연맹이 서울·대구·인천·춘천·목포 등 5개 도시 시민 1천5백명의 의료기관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 10%가 의료사고를 경험했는데 그중 64·8%가 병세악화, 22·5%가 신체불구, 12·7%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40%는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 합리적인 중재기구가 없어 아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히면서 각종 소비자단체·정부민원실 등에 신고되는 진정·상담건수도 해마다 20∼30%씩 늘고 있으며 병·의원의 66%가 피해자 측의 폭행·협박·농성·장소점거 등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가한 오시열변호사는 『현행법상 피해자가 과오를 범한 의료인을 상대로 형사고소하거나 민사적 책임(손해배상청구)을 묻는 방법에 의존해야 하는데 ▲법관이나 검사 역시 비전문인지라 결국 판정을 다른 의료인에게 의뢰, 의료인에게 유리한 판정이 있을 수 있고 ▲환자가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진료실에서 이루어진 의료행위에 대해 무지하며 ▲자료 및 증거 보존의 어려움▲의료사고의 가시적 판단이 어려운 점 등으로 승소율이 매우 낮다(연맹제시통계 15%)』고 밝혔다. 또 현행의료법상 보사부 산하에 의료심사 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으나 유명무실해 지난 8년 동안 11건만신청, 접수됐다고 보사부 의료제도과 장수영씨는 말했다.
현재의 소송방법은 대법원까지 갈 경우 3년 이상 걸리고 비용과 노력의 허비도 크다고 밝힌 한기찬 변호사는 공정하며 공신력 있는 판정, 중재기구나 제도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우대한의학헙회 부회장은 정부와 독립되고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의료분쟁조정위 설치를 제안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재관과장(법의학1과)은 의료인이 소신있게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검시의 제도확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변호사도 현행 의료심사조정위가 독립성 결여, 가해자에 대한 강제규정 미미, 관계당국의 의욕부진, 홍보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전문상근위원을 위촉, 신분보장·강제조사권부여 등으로 조정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용철 서울대병원장은 외국의 경우 의료단체가 자발적으로 의료인의 과오 여부를 판정, 자체내에서 집계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사고를 냈을 때 의료기관측이 회피히지 않고 피해 보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한의학협회공제회보험에는 50%의 의사만 가입되어 있으며 그나마 최고배상액도 1천5백만원정도라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윤석우부회장이 밝혔다.
한기찬변호사는 의사들의 배상책임 강제보험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하며 자동차보험처럼 의료행위자는 의무적으로 이 같은 책임보험을 든 후 필요한 보험액수에 맞는 종합보험을 의사가 임의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고혜련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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