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열정 같은 소리 하네"…위기대처와 전문성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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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제목이다. 한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말이 꼭 맞는 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앞으론 열정만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고, 그다지 중요한 능력도 아니라는 게 연구 요지다.

한국고용정보원, 미래 직업 능력 분석 #"최선을 다 하기" No…"잘 하기" Yes #위기대처, 대응력, 예측력이 우선 #열정은 현재·미래에 주목 못 받아 #멀티플레이어 대신 전문성 갖춰야

한국고용정보원은 미래 직업 세계에서 필요한 직업기초능력에 대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2030년까지 생존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50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이 요구하는 직업역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50대 기업은 미래 트렌드를 전망하는 조사 업체인 퀀텀런(Quantumrun)이 꼽은 회사다. 이들 기업의 인재상을 분석해 15개 직업기초능력을 추리고, 이를 4차 산업혁명 전문가 250여 명에게 중요도를 물어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5년 전까지만 해도 열정이 첫 손에 꼽히는 가장 중요한 직업기초능력이었다. 그러나 10년 후 미래에는 고작 9위에 랭크되는 데 그쳤다. 대신 위기대처능력이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꼽혔다. 현재와 미래에는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잘 하는 게 우선이란 뜻이다. 위기대처능력의 뒤를 이어 대응력(2위)과 예측력(3위)이 꼽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연구 결과다. 다재다능한 능력은 5년 전엔 8위였으나 꼴찌(15위)로 추락했다. 미래에는 멀티플레이어보다는 한 분야에서 특출난 능력을 보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 직업능력 중요도 [자료=한국고용정보원]

미래 직업능력 중요도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인지적 부담 관리도 4위에 랭크됐다. 이는 정보 홍수 속에서 자신의 인지적 수용력을 관리하는 능력이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취사선택하거나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데 필요하다. 5년 전만해도 인지적 부담 관리 능력은 14위에 위치할 정도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대체로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능력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기에는 개개인도 이런 능력을 갖춰야 노동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과거 추격형 개발(선진국의 기술 등을 쫓아가는) 사회에서는 선진국이나 선도기업의 모범과 경영진의 상명하달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열정'이나 '책임감'이 우선적으로 요구됐다"며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다양한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기 위한 '위기대처능력'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암기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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