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도부 흔들… "내정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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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은 30년만의 역사적 중소정상회담으로 외교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고르바초프」 소련당서기장의 북경체재 막바지에 터진 1백만명 시위는 현지도부를 흔드는 중대한 내정위기를 초래하는 명암이 엇갈리는 시점을 맞았다.
17일의 시위에는 공산당기관직원과 1천명이상의 인민해방군및 외교부를 포함한 주요 부처의 공무원까지 가세함으로써 중국의 범국민적 민주화운동은 이미 되돌릴수 없는 선을 넘어선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일당체제의 수호자요 통치기반이 될 공산당원과 노동자·농민들의 참여는 현통치체제의 뿌리를 흔드는 것이다.
그동안 느낌은 있어도 밖으로 표현해서는 안되는 줄만 알았던「공·농·병」 (노동자·농민·군인)들의 시위참가가 보여주듯 이제 중국인들은 민주와 자유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는 상당히 깊은 의미를 갖는다.
시민들은 17일새벽 「자오쯔양」(조자양)총서기가 최고권력핵심기구인 정치국 상무외원 5명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발표한 서면 연설에도 불구하고「1백만시위」가 열렸다는 것은 정부당국의 대폭적인 양보없이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았으며 민중의 힘을 체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중국인들의 새로운 인식은 앞으로 중국국정이 소수인들의 결정만으로는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원리가 공산당 일당체제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한것이다.
사태가 이처럼 발전된 동력은 학생들에게서 비롯됐으나 지식인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참여가 중요한 밑받침이 됐으며 특히 당의 선전기구라는 금기를 깨뜨린 언론종사자들의 역할이 대단히 큰것으로 분석된다.
한 북경 보도매체의 고위책임자는 『이제 당국이 보도내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으며 내 자신 기자들에게 합리적이 아닌 기사를 쓰도록 권고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시위가 절정을 이루던 17일저녁 기자와 만나 털어놨다.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가 『인민일보는 인민에게』라는 자사기자들의 시위피킷을 사진까지 곁들여 보도하고 신화사통신이 17일 시위군중을 「1백만명 이상」으로, 중앙라디오가 단식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보도하는 상황은 불과 2∼3일전에는 생각할수도 없는일이었다.
이번 민주화운동은 중공최고지도층의 구도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으나 「지혜와 경험」을 경비한 노장들이 어떤 비방을 내는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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