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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김영철 부위원장 지난주 CIA 부국장과 비밀 회동”

중앙일보

입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미고위급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지난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밀리에 미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30년 CIA 재직한 본 비숍 부국장과 #18일 저녁 모처에서 만났을 가능성 #북미 '정보 라인' 2009년부터 가동

 WSJ는 “지난 18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서 본 비숍(Vaughn Bishop) CIA 부국장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전했다. “미국과 북한의 외교 채널이 활짝 열려 최고위급에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숍 부국장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이다. 1981년부터 2011년까지 CIA에 30년간 재직한 경력이 있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18일 저녁 행적은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방미 이틀째였던 이날 그가 워싱턴D.C. 숙소인 듀폰서클호텔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모습이 일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지만 실제 외출 여부와 목적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WSJ는 비숍 부국장과 김 위원장 회동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이날 저녁 두 사람이 만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1일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21일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북미 간 정보기관 접촉은 지난 10년간 물밑에서 진행돼왔다. WSJ는 지난 2009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미 정보 채널이 처음 개설됐다고 밝혔다. “(북미 관계가) 긴장 국면이거나 억류자를 석방하는 등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필요한 비밀 대화 창구가 가동됐다”는 설명이다.

 오마바 행정부 2기 때 한동안 냉각기를 거친 북미 간 정보채널은 지난 2017년 8월 무렵 다시 활성화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근무하던 시기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정보당국 간 물밑 채널이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북미 사이에는 공식적인 국교가 수립돼있지 않다. 상대국에 대사 등 공식적인 외교관을 보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공식적인 외교 채널로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 꼽힌다.

 하지만 뉴욕 채널은 때로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WSJ는 지적했다. “북한 내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외무성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뉴욕 채널의)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통상 북한과 같은 국가에서는 외무성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 ‘총을 들고 있는 사람’과 직접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권력자에게 직접 다가설 수 있는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 채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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