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작금의 돌아가는 세태가 하도 어수선해서 봄시즌을 맞은 화랑가도 한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같은 예상과는 달리 화랑가 일각에서 「미술붐」이 일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미술붐」이라기 보다는 「미술품 투자붐」이다.
한때 그리고 또 어떤 특수층에 소위 골동품·고미술 매입바람이 몰아쳐 그것들이 바닥이 나고 그래서 가짜, 모조품 사태가 벌어진 일이 있었다고 기억된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것과 비교될 성질의 것은 아니나 실제로 근래에 와서 고미술이 아닌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관심인 즉슨 바로 투자대상으로서의 관심이다.
가까운 예로 경제전문 일간지라든가 증권전문 기업체에서 발행하는 회지등에서 느닷없이 「미술난」을 꾸미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것도 이를테면 「명작감상 가이드」라든가 하는 교양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가이드」 같은 성질의 것이다.
요컨데 어떤 작품이 장·단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점쳐주는 그러한 내용의 글들이요 그것은 다시 말해서 바로 그러한 글을 신문사나 회사측이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기는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증권을 사는 것보다 그림 또는 조각작품을 사는 것이 훨씬 투자가치가 있다고 했다.
물론 그것도 여러가지로 사두라고 했다. 어찌됐거나 투자 대상으로 「현대미술」이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 않을수 없다.
이와 같은 현대미숱 투자붐을 타서인지는 몰라도 약 1년 안팎 사이에 새 화랑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그것도 주로 서울 강남일대에서다. 그리고 강남이라고 하면 으레 우리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신생 부르좌구역」이라는 이미지다.
왜 하필이면 인사동이라든가 동숭동이 아니라 강남 일대인가 (여기에서 얼핏 왕년의 파리에 있어서의 「좌안」과 「우안」이라는 2대구역 분포가 생각난다. 그 분포의 성격은 서울의 경우의 역이기는 했지만). 강남의 지역적 풍토로 볼때 그곳에서 신장개업하는 화랑의 성격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것이 아닌지····.
고급상품이 주로 거래되고 있는 지역이고 보면 그곳 화랑에서 전시되거나 또는 거래되는 미술작품이 행여 눈가림식의 고급상품으로 포장되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투자」를 포함해서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간에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가지 조건이 따른다.
그것은 그 관심이 현대미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리고 그 이해에 선행되는 것이 곧 진정한 미술품에의 애정이다. <미술평론가·홍익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