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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경찰관 국회조사단 진술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발적인 실족사인가, 타살인가.
조선대 교지「민주조선」편집장 이철규군(24) 변사사건은 12일 변사체가 발견된 저수지상류 5백m지점에서 이군이 입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퍼가 발견돼「도피과정에서의 돌발 사고사」쪽으로 방향이 급격히 기울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사의 초점은 3일 밤의 경찰검문과정과 그이후의 도피상황에 집중되고있다.
12일 오전 광주에 도착한 국회내무위 진상조사단(단장정동성내무위원장)또한 경찰검문상황 및 도피후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것이 사건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날 낮12시부터 2시간구분동안 전남도경 회의실에서 광주북부경찰서 형사계 김자술경위, 김남태경장, 박재환·고재풍·박윤호순경 등 5명의검문경찰관을 불러 이군 검문상황을 조사했다.
검문경찰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군이 탄 택시가 검문소 앞에 도착한 것은 3일 밤10시20분쯤. 당시 김반장은 북부경찰서소속 봉고버스 안에 있었고 무전기를 든 김남태 경장 등 나머지4명은 밖에 나와 있었다.
이군이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박재환 순경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이군이『없다』고 하자 차에서 내리게 한 후 택시 뒤를 돌아 택시왼쪽에 서도록 했다.
이어 고재풍순경이 직업·이름·주민등록증번호 등을 묻자 이군은『전대생 이준규』라고 대답했다가 다시『이명규 660506-1661416』이라고 번복했다.
무전기를 들고있던 김남태경장이 북부경찰서 지령실에 연락, 컴퓨터조회를 하는 도중 이군은 제4수원지 제방 쪽으로 쏜살같이 도주했다.
이때 이군이 밝힌 이름「이명규」는 이군 동생이름이고 주민등록번호는 맨 앞의「66…」 이「65…」와 다르고 나머지는 이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였음이 경찰조회결과 밝혀졌다.
이군이 달아나자 김경위와 김경장을 제외한 박순경등 3명은 도보로 이군을 추적했다. 이어 김반장도 의경이 운전하는 봉고버스를 타고 이군을 태우고 온 택시운전사와 함께 전조등을 비추며 뒤를 따랐다.
전조등 불빛이 비춰지자 이군은 2백50m쯤 달리다 수원지 반대쪽 산속 샛길로 뛰어들었다. 경찰관들도 산길을 뒤쫓았다.
이 과정에서 김경위는 비탈진 산길을 오르다 오른쪽 종아리의 힘줄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는 바람에 다시 버스를 타고 인근마을로 가 파스를 사 붙인 뒤 이군을 놓친 산속 현장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 고재풍·박윤호순경이『놓쳤다』며 하산했다. 박재환순경은『하산하라』는 스피커 방송을 듣고 뒤늦게 내려봤다.
이때 수원지경비청원경찰 이행민씨(46)와 홍성하씨(31)등 2명도 스피커방송을 듣고 나타나 다리근처에서「풍덩」소리와 함께 허우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해 김경위 등 5명이 다리로 가 플래시를 수면으로 비췄으나 인적은 찾지 못했다.
이군 도주에서 경찰이 하산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20여분.
검문경찰의 근무시간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이나 이날은 반장인 김경위가 다쳐 밤11시30분에 근무를 마쳤다.
검문경찰들은 검문 불응 도주자는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4일 아침 참모회의가 있었으나 보고를 생략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도망친 청년이 수배학생인 이군 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산을 타고 다른 곳으로 피신했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에 변사자 발견소식을 들었을 때도 무심히 지나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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