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추이보며 미·일 애써 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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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소 화해에 대한 미국·일본의 시각은 우선 태평양·동북아지역의 긴장을 완화한다는데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소련이 태평양지역 진출발판은 강화한다는데서 경계심을 보이고 일본은 기존이익을 잃지않도록 새로운 질서에 대응, 적극적외교를 벌일 태세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의 시각>"소 아주진출 발판" 경계
72년 「닉슨」의 북경방문은 강대국균형에 있어 소련의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이번 「고르바초프」의 북경방문은 미국에 위협이 안되는것으로 워싱턴은 풀이한다.
이같은 전망은 학자뿐 아니라 정부쪽에서도 공공연하다. 우선 중국이 소련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소련의 태평양지역 군사력이 지속되고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중국은 대서방관계유지가 불가피한 것이다. 아울러 소련도 역시 국내경제 개혁등에 대서방통상및 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미헤리티지재단 「로저·브룩스」소장은 오히려 『카드는 미국 손에 들려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해도 불안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중긴장해소 국면은 미국에 새로운 도전임은 분명한 것이다. 이미 「고르바초프」는 태평양국가와의 협력을 다짐하고 일본·한국과의 경제·기술협력을 요망하는등 적극적인 미소공세를 취하고있고, 중국도 동남아등을 비롯한 전아시아지역에 활동적 역할을 모색하고있는 형편이다. 미국의 경계심은 소련·중국도 의식하고 있다.
30년대 최초의 극적 정상회담을 공식합의하면서 지난 2월 소중양국은 50년대와 같은 긴밀한 관계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공언했다. 미국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이었다.
지난번 「부시」의 중국방문은 소중접근 상황과 관련한 미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당시 「부시」는 소련을 의식해 「중국카드」를 사용하거나 중국을 개방해 「소련카드」를 활용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이 동맹관계로 발전되는 것은 미국으로서 좌시할수없음을 명확히 했다. 소중 합동군사훈련등과 같은 군사관계가 형성되는 상황은 있을수 없는 것이다. 모스크바-북경 관계개선이 얼마만큼 진전되건 기본적으로 아시아의 소련군사력감소는 미중간에 흔들릴수 없는 공동관심사항임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지정학적 문제들에 관한 역할수행에 영향이 발생하지 않는한 대소·대중관계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중관계완화로 한반도등 주요아시아문제에 관한 미국의 영향력행사 태세가 강화될 공산이 커졌다. <한남규 기자>

<동경의 시각>새질서 「펀승외교」추진
30년만에 이뤄지는 중소화해를 보는 일본의 시각은 비록 중소화해가 이뤄져 그 동안 유지돼온 중소대립구도는 무너졌다해도 양국관계가 50년대의 동맹관계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화해를 일본이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관계가 개선됨으로써 앞으로 동북아지역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 일본의 외교에 「새로운 발상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중소화해는 아시아지역 전체에 새로운 긴장완화의 바람을 몰고올 것이 확실하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외교도 새롭게 변신해야 할 것 (동경대 「이가라시」교수)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이 중소화해를 염려하지 않아도 될것으로 보는 이유는 ▲현재 일중관계가 비교적 양호하고 ▲근본적으로 중소화해는 미소간 긴장완화를 전제로 하는데 현재 미일간 관계는 견실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소양국 모두 서방국가들과의 경제교류를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외교관계가 전혀 없는 한국과의 접근을 서두르고있는 소련의 내심에 대해서는 이 지역을 유인책으로 하여 극동·시베리아개발을 서두르겠다는 「고르바초프」의 속셈이 작용한게 아니냐는게 일본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련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엄청난 자원에 비해 형편없이 뒤떨어진 생산시설과 생활필수품 부족을 지적한다.
중국이 과거 10년간 추진해온 자본주의방식도입이 중국에 과연 플러스가 됐는지, 마이너스가 됐는지를 「고르바초프」 자신이 직접 확인해보는 계기가 될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일본은 기본적으로 중소화해를 「환영할만한 일」로 보고 있으며, 아시아지역의 새로운 질서 구축에 일본이 외교적 적극성을 보일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리크루트 스캔들로 인해 일본의 정치가 크게 위축,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비판하고 있다.
북방영토 반환문제는 평소 이 문제에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온 중국이 소련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일본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플러스가 될것으로 보고 있다. <방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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